▲ 성 민

백락사 주지 스님

아침 기온이 많이 쌀쌀하다. 가을벌레 소리는 깊어졌고 집안의 잘 익은 사과는 벌써 제 맛을 내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가을풍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10년을 맞이한 ‘2015강원환경설치미술초대작가전’의 작품들 또한 가을만큼 농후한 맛으로 주변 환경과 어울린다. 가을이 자연이 주는 축복이라면 작품들은 우리들이 만들어 낸 축복인 것 같다.

저예산으로 알찬 전시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는 방문객은 많이 감탄을 한다. 주변의 환경과 참여 작가의 만족도의 조화가 너무 환상적이라며 여느 전시회에서 볼 수 없는 현장 때문에 도리어 고마워하신다. 멀리 부산에서 여러 번 초대전에 참여하신 작가는 주변의 작가에게 너무 좋은 전시회라 참여를 권해서 좋은 작품의 수가 또 늘었다.

그러한 호응에 부응해서 주변을 시간 날 때마다 정리해서인지 전시회 주변의 환경이 더욱 아름다워진 것 같다. 봄부터 많은 돌을 치우기 위해 작은 동산을 만들고 수도 시설을 들여 놓았는데 2번째 참여한 일본 작가의 작품이 자리를 잡았다. 어떤 운명 같은 흐름이 느껴지는 이유는 몇 달 전 작가의 약혼자로부터 국제전화를 받았는데 나무를 한그루 심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어 왔다. 해마다 나무 심는 일을 20년 이상 해 오고 있는 입장에서 당연히 좋다는 인사를 했었고, 작은 동산에 그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물이 있어야 했고 작은 묘목의 나무가 놓여 질 공간으로 동산은 너무나 완벽한 위치가 되었다는 것.

히로시마 원폭이 투하 된 현장에 살아남은 나무 씨를 구해 묘목으로 키워서 이곳에 가지고 온 나무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성목이 되면 지름이 50cm, 높이가 20m 이상의 큰 나무로 자란다고 한다. 이틀에 한번 200ml의 물이 자동으로 수급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주변은 인위적인 구조물로 보호되는 그런 작품인데 자연 또한 주어진 환경에서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그런 발상인 것 같다. 전시회는 9월 19일까지이지만 10월 달에 다시 와서 묘목을 정식을 하고 나무가 커 가는 모습을 일 년에 한번 씩 보러 오겠다고 한다. 이곳에 가득한 관계의 소중함과 세상의 평화스러움이 두루 나눠지는 심오한 뜻까지 이해되었을 때 올해 초 동산을 가꾼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는 묘한 인연.

이런 이야기들이 모든 작품에는 있다. 작품의 내용도 좋지만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는 많은 방문객에게 내가 나눠 줄 수 있는 선물인 것 같다. 밤송이가 벌어지려고 하고 은행 알은 노랗게 익어 간다. 내가 농사지은 배추, 무 또한 작품으로 비쳐진다. 우리 삶이 설치미술 인 것 같다. 이 가을이 더욱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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