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웅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북관계가 파국을 넘어서 극적으로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시작된 위기는 정부의 단호한 대응과 우리국민들의 성숙한 반응, 한미연합전력의 입체적인 압박으로 마침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사회일각에서는 모처럼 마련된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서 이산가족 상봉과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 전향적인 돌파구를 열어가자는 기대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와 금강산관광, 동서관통 철도 등 지역경제 현안해결의 열쇠가 걸려있는 강원도의 입장도 남북관계 개선을 누구보다 고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와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해빙기를 전망하는 것은 아직 성급한 감이 있다. 무엇보다 지난 7년간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연속적인 군사적 도발과 벼랑끝 전략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모처럼 마련된 대화국면을 주도해 나가면서 동시에 북한의 의도와 전략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스마트한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무엇보다 북한과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몇 가지 핵심 키워드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첫번째 키워드는 ‘돈’이다. 북한경제 시스템은 국가사회주의가 아니라 권력기구와 군부, 소수의 전주들이 자원을 독점하고 주민의 노동력과 장마당경제를 착취하는 지대추구경제, ‘정치적 자본주의’로 변질되었다. 김정은 체제는 핵개발과 대규모 시설공사를 통한 치적 쌓기를 진행하면서 외화와 현금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내부경제의 건강한 생산적 축적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북한 특권계급들과 지방단위들 간의 투쟁은 더욱 격화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종말을 고한 무늬만의 ‘사회주의계획경제’를 혁파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북한체제는 더욱 돈을 원할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확성기’다. 왜 김정은 체제는 확성기에 벌벌 떠는가? 그것은 체제의 폐쇄성 때문이다. 극단적인 억압과 정보통제는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비밀의 열쇠인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이유와 싸이의 노래가 북한 신세대 장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류드라마가 북한 지도층 가정까지 깊숙이 파고든 것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김정은 체제는 주민들의 각성과 심리전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 남북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의 치명적인 약점은 향후 북한내부 동태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어쩌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은 현재 북한의 지배계층이 아니라 각성된 주민들로부터 시작될 지도 모른다.

세번째 키워드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 초기 단계부터 한반도 위기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행사하였다. 또한 동북지역에 기갑전력을 전격적으로 전진배치하는 등 북한을 압박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누가 뭐래도 북한의 실질적인 후견자이다.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결의안과 안보리 대북제재를 반대하고 있다. 북한에 원유와 식량을 제공하고 원조무역을 통해서 생명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북중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앞으로 중국의 태도와 한중관계의 역학에 따라서 북한과 남북관계의 미래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는 돈, 확성기, 중국이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태성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북한 내부의 동태성에 주목하면서 돈, 확성기, 중국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확보하는 스마트한 통일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약력

△서강대 박사(정치학) △미 콜롬비아대 플브라이트 방문연구원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환교수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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