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경

춘천지법 기획·공보판사

1948년 9월 13일. 이날은 대한민국이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아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사법부 독립의 날이다.

대법원은 올해 처음으로 9월 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하였다.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법관들이 가장 존경하는 법관으로 꼽는 가인(街人)에게 법원의 날 지정 의미를 청해 듣고자 한다.

가인(街人) 김병로는 일제 강점기와 격동의 1950년대 독립운동가이자, 변호사, 법관으로 나라와 인권을 위해 그리고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가인(街人)이라는 아호는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고 거처할 곳 없는 ‘거리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현실을 개탄하고 독립을 바라는 의미로 선생이 직접 붙인 것이다.

가인은 ‘거리의 사람’이라는 아호처럼 일생동안 낮고 청빈한 자세로 나라와 정의를 위해 열정을 다하였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인 안창호, 여운형의 변호를 맡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해방 후 1948년 초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하여 1957년 70세의 나이로 정년퇴임하기까지 사법부 독립의 기초를 세우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또한 가인은 청렴과 강직의 표본이었다. 몸소 청빈한 생활과 철저한 공사구별을 실천함으로써 법관들의 귀감이 되었다. 가인은 “세상 사람이 다 부정의에 빠져든다 할지라도 우리 법관만큼은 정의를 최후까지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한 평소 좌우명이었던 ‘계구신독(戒懼愼獨)’, 즉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에도 사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언동을 삼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가인이 판사 회의에서 “법관으로서 청렴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는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야 한다”고 한 말은 오늘날 법관들에게도 서릿발처럼 가슴에 내리꽂힌다.

춘천지방법원은 지난 8월 24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이하여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민’이라는 글자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놓고, ‘민’자 안에는 춘천 시민들이 손도장을 찍고, 여백에는 다양한 응원 메시지를 적은 것이다. 전국의 19개 법원은 ‘2015년 9월 13일은 대한민국 법원의 날’ 중 한 글자씩을 맡았는데 춘천법원은 ‘민(民)’자를 담당하였다.

이렇게 제작된 현수막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 전시된다. 춘천 시민들은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는 법원이 되어주세요’, ‘정의가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 등 저마다의 진심어린 응원 메시지를 적었다.

또한 오는 16일에는 강원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각계각층의 인사와 춘천시민을 초청하여 ‘법원의 날 기념식과 생각 나눔 콘서트’도 개최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이 어려워요’등의 주제를 놓고, 현직 판사와 기자, 변호사, 로스쿨생으로 구성된 패널이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펼친다. 시민과 함께 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생각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가인은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나 여론의 간섭 속에서도 사법권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법부임을 강조하였다.

사법부의 존립과 권위는 다름 아닌 국민의 신뢰에서 생겨난다.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가인은 법관에게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 청렴과 강직함으로 더욱 노력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2015년 9월 13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국민 속으로 더 낮게, 국민과 함께 더 높이’가야할 법원의 무거운 사명감에 대해 가인의 목소리를, 나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사법시험 제49회 합격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현 춘천지방법원 기획·공보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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