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한 부모를 모시는데 요양원이 통과의례가 되었다. 대부분 자식들이 다 그런 선택을 하니 진정 효심있는 경우도 살짝 마음의 부담만 가질 뿐 큰 고뇌없이 요양원을 택한다. 우리도 어차피 그 길을 걸을텐데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시키는 자식들의 이기심이 때로는 궁색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이 고단한 우리네 삶을 그려보면 효심은 있어도 직접 봉양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도 이해 가능하다.이런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니 부모봉양으로 요양원을 선택했다 한들 어느 부모입장에서도 그저 받아들일 뿐 서운함을 표현 할 수가 없다.결국 옳고 그르고에 상관없이 자식역할을 대행하는 요양원이 불효자식 양산을 막고 있는 공신인 셈이다.

가수 이적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서평을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엄마에게 기대며 동시에 밀어낸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고 적는다. 엄마가 없어지고 난 후 후회가 몰려왔을 때 갖는 느낌,‘불효’는 자식들 모두의 원죄이다. 받을 것은 다 받아내면서 밀어낼 때는 별 가책없이 밀어내는 것이 자식이라는 이름의 자화상이니 불효는 마땅히 드는 죄의식이다. 맹자는 세상에는 다섯가지 불효가 있는데 그중 세 번째 불효는 재물을 좋아하고 자신의 아내와 자식만을 사랑해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다(好貨財하며 私妻子하여 不顧父母之養이 三不孝也요)라고 말한다. 부모는 희생으로 자식을 양육하고 그 자식은 또 자기자식에게 희생하고 식의 하향식 대물림이 시공간에 상관없는 부모자식간의 관계이다. 맹자시대의 불효나 지금의 불효나, 불효는 다 동일한 이유와 모습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최근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녀에게 이미 준 재산증여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불효자식방지법’을 정치권에서 추진하겠다해서 갑론을박 중이다. 미덕이던 효도를 공론의 장으로 여론화 시키고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적당한 제어장치가 하지말아야 할 행동을 크게 통제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불효자식방지법은 반인륜적 막장자식을 막는 법이다.법적인 관련은 없어도 자신의 효도를 한번 돌아보기를 촉구하는 법이기도하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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