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법원의 날을 맞이하여

▲ 성기문

춘천지법원장

사법권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 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독립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시절 사법주권을 상실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1948년 9월 13일은 대한민국이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고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날로서 실질적인 대한민국 사법부의 설립일이다.

사법부는 올해부터 9월 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하여 우리나라 사법주권의 회복 과정과 사법부 독립에 대한 국가적인 자긍심을 일깨우고 재판의 독립과 법치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출범한 이래 오욕과 굴절의 역사도 있었지만, 이를 딛고 일어서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사법제도평가 부분에서 3년 연속 180여개국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은 기대만큼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법원의 날을 맞이하는 사법부의 최대 과제는 이러한 국민의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법관들이 가인 김병로 선생의 청렴 강직한 인품과 사법권 독립에 대한 의지를 마음에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우선적으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난해 춘천지방법원장으로 부임한 이래,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여왔다.

지역의 문화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학계, 언론계, 종교계, 문화계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도민과의 소통을 위해 애썼으며,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명소를 찾아 그 감동을 시(詩)로 표현하여 도민과 공유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일간지에 칼럼을 게재하는 등으로 언론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한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시민사법참여단, 시민사법모니터, 시민자원봉사단, 그리고 국민참여재판과 그림자배심 등을 통하여 재판 및 사법행정에의 국민참여를 확대하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으로, 소송비용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소송구조제도와 범죄피해자의 증언을 도와주는 증인지원제도를 확대하고,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장애체험프로그램과 맞춤형 법원 견학을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지난 5월에는 도내 100여개 다문화가정을 초청하여 필자가 직접 음악공연에도 참여하는 법문화체험 행사를 가진 바도 있다.

이번 법원의 날을 전후하여 법관들이 도내의 19개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법치주의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법원의 역할과 기능 및 진로에 대해서 강연하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6개 학교 및 단체를 법원으로 초청하여 판사실을 공개하고 법정방청 및 모의재판, 판사와의 대화시간 등을 마련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9월 16일에는 법원의 날 기념식과 더불어 시민들을 초청하여 시 낭송회, 법치주의와 관련된 주제로 한 ‘생각 나눔 콘서트’를 개최한다.

법원의 날을 맞이하여 법원은 ‘국민 속으로 더 낮게 국민과 함께 더 높이’라는 표어 아래,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과 함께 더 높이 날아올라 선진법치사회 구현을 위해 더한층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우리 도민들도 뜻깊은 사법부 탄생일에 우리 법원이 그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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