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결혼식에서 가수 휘성이 축가를 불러주었다. 두곡의 노래가 불려지는 동안 결혼식장은 공연장으로 변해 시끌법석했다. 축가란 축하해주는 노래이고 휘성은 그를 전달하는 매체인데 그 매체의 파워가 너무 강하니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신랑신부는 저 뒤편에 휘성은 한 복판에 서 있는 상황처럼, 삶에는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참 많다. 작아야할 부분이 커지고 커야할 부분이 작아지는 일이 빈번하다는 말인데 이런 오도된 현상은 손해보는 사람과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실력은 있지만 실력외의 요소들에 가려 그 실력이 빛을 못보는 사람들도 이중 하나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개념을 형성하고 비로서 그 대상을 인지하게 되는 방식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즉 누군가가 ‘민들레’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민들레에 대한 개념을 회상하고 경험한 느낌과 이미지를 머리 속에서 떠올리며 총제적으로 민들레 개념을 결론짓게 되는 것이라고 책 ‘하늘양식’은 말한다.다시 말해 새로운 개념을 형성할 때는 눈에 보이는 것 만을 보는 것이 아니고 미리 입력해 놓은 개념, 즉 선입견이나 편견등 이미 저장해 놓은 타자에 대한 인상을 동원해서 본다는 말이다.

복면가왕은 가면을 쓰고서 노래로 경합을 벌이는 인기 TV프로이다. 아무리 노래만 봐 달라고해도 그게 안되니 가면을 씌어서 신분노출을 없애고 외모를 없애고 노래외적의 요소를 차단한 것인데 성공적인 방송으로 평가받고있다. 출현자가 가면을 벗는 순간 평가단은 일어서서 박수로 환호한다. ‘정말 당신이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었어’가 그들이 환호하는 이유이다. 키가 작아서 못생겨서 여럿 속에 파묻혀서 나이가 많아서등등의 다양한 연유로 과소평가 받었던 이들이 노래만으로 실력을 인정 받는 것이니 감동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프로의 백미는 평가절하되었던 실력을 되찾아주는 데 있다.

만물은 각기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사자성어 ‘득기소재(得其所哉)’가 떠오른다. 예능인들이 진정 기피고 살 수 있도록, 영화와 방송등 모든 예술분야에서 참 고수를 찾아내주는 복면가왕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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