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맑은물 맛 세계인 사로잡는다
하이트진로 - 세계주류품평회 5년 연속 ‘금상’
롯데주류 - ‘경월그린’ 일본 브랜드 인지도 80%
국순당 - 동남아 막걸리 수출 급증, 히트 가능성

강원의 술,

그 위상을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드높이고 있는

강원 대표 주류공장 3곳을 돌아봤다.


 

▲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에서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 하이트진로 홍천공장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홍천군 도둔산 자락에 국내 최대의 맥주 공장이 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공장면적만 약 9만9200㎡ (약 3만평)에 달하며 대지면적은 약 52만8900㎡ (약 16만평)이다. 공장을 제외한 곳에는 견학관인 하이트피아와 녹지 등이 조성돼 있다. 손병종 공장장은 “해외 바이어들이 공장을 보러왔다가 바로 계약을 진행하자고 할 정도로 강원공장의 규모와 환경은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준공된 강원공장은 연간 50만㎘의 맥주를 생산한다. 주력제품인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 d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대표 브랜드인 하이트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을, 맥스는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이 세 가지 제품은 세계적인 주류품평회 몽드셀렉션에서 2011년부터 5년 연속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를 사로잡은 맛의 첫 번째 비결은 1급수인 홍천강 물이다. 맥주의 90% 이상이 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물 값으로 연간 약 1억5000만원을 홍천군에 지불하고 있다.

맥주제조는 보리를 저장했다가 싹을 내 맥아를 만드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맥아를 분쇄한 후 물을 넣고 가열하면 단맛의 맥즙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서 쓴맛의 탄닌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한 후 냉각시켜 최소 10일간 발효, 저장한다. 마지막으로 여과공정을 거치면 신선하고 향기로운 맥주가 완성된다.

강원공장에는 108개의 발효·저장 탱크가 설치돼 있다. 탱크 1개당 저장용량은 60만ℓ(600 톤)로, 성인 330명이 하루에 한 병씩 10년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김종철 강원생산업무지원팀장은 “탱크의 개수가 108개인 것은 불교신자였던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뜻을 따른 것”이라고 귀뜸했다.

하이트진로와 홍천의 인연은 1972년 시작됐다. 맥주의 주 원료 중 하나인 홉을 홍천지역에서 재배, 생산했던 것. 1990년대 초 서울지역의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영등포공장을 옮겨야할 상황에 놓이자 자사의 홉농장이 있는 홍천이 수도권과도 가까워 최적지라고 판단, 이전을 추진했다.

대기업이 마을에 들어오자 주민들의 삶이 달라졌다.

홍천읍은 도내 11개 군 소재지 가운데 가장 먼저 도시가스를 공급받았다. 당초 홍천에는 LNG수요가 적어 공급이 불가능했지만 2006년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기존에 연료로 사용하던 벙커-C유를 도시가스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홍천읍내에 값비싼 LPG 대신 도시가스가 공급돼 연료비 부담이 적어졌다.

하이트진로는 세계 60여개 국가에 맥주와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 해외법인이 설립돼 있으며 지난해부터 도미니카공화국, UAE, 폴란드 등의 주요 기업들과 손을 잡고 현지 시장 진출을 확대해가고 있다.

손병종 공장장은 “2017년까지 수출액 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릉시민들이 롯데주류 공장 약수터에서 술 제조에 사용되는 천연암반수를 받고 있다.
 

■ 롯데주류 강릉공장

롯데주류의 전신인 경월소주의 ‘경월’이라는 이름은 ‘경포호수 위에 비친 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26년 강릉합동주조로 시작된 강릉 향토기업 경월소주는 1973년 정부가 소주 제조업체를 ‘1도1사’로 통폐합할 당시 도내 타 업체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2009년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6년 연속 (2008∼2013년) 국가고객만족도 소주부문 1위를 달성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릉시 회산동에 위치한 강릉공장은 그린소주, 산소주, 처음처럼 등 주로 소주제품들을 제조하고 있다. ‘처음처럼’은 원료의 80%를 구성하는 물을 알칼리 환원수로 바꿔 ‘세계 최초 알칼리 환원수 소주’임을 강조하며 ‘참이슬’과 국내 소주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처음처럼 제조에 차용된 알칼리 환원수는 물 입자가 작고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맛이 좋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처음처럼과 같은 희석식 소주는 쌀, 보리, 고구마, 타피오카를 발효시킨 후 수차례 증류·정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희석식 소주의 불순물이 제거돼 잡내가 전혀 없다. 여기에 천연감미료 등을 블렌딩해 맛과 향이 담백하다.

1993년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롯데주류는 일본에서는 천연수로 만들었다는 깨끗한 이미지로, 미국에서는 보드카를 대체하는 칵테일 베이스로 시장에 알맞은 브랜딩을 통해 입지를 단단히 하며 현지인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1995년 일본으로 수출을 시작한 ‘경월그린’은 일본 내 80% 이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올해 3월 출시된 ‘처음처럼 순하리 유자’는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롯데주류는 1991년부터 공장 옆에 약수터를 만들어 소주 제조공정에 사용될 만큼 깨끗한 천연암반수를 강릉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장안에 설치된 견학시설과 전망대를 활용, 2018년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관광객을 끌어 모을 만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강릉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으며 철원학사 건립 기금도 전달했다.

 

▲ 국순당 횡성공장에서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 국순당 횡성공장

국순당은 강원도와 인연이 깊다.

고 배상면 국순당 창업자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고유의 전통주를 만들 목적으로 1987년 강릉 남항진에서 생쌀을 이용한 약주를 빚어 ‘흑주’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또한 2004년 횡성군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으로 ‘술(酒)이 솟는다(泉)’는 의미를 가진 주천강(酒泉江)변에 제2공장을 준공했다.

국순당 횡성공장은 1일 최대 70만병(375㎖) 이상 양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횡성지역 지하 300m의 청정 암반수를 이용해 ‘백세주’, ‘대박’, ‘우국생’ 등의 생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대박’ 은 700㎖ 용량으로 국산·수입산 쌀을 이용한 두 종류로 출시되고 있는데, 전통누룩과 함께 막걸리 전용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의 막걸리는 2단의 발효과정을 거치는 데 반해, ‘대박’ 은 제어기술을 적용한 3단 발효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막걸리의 유통기한을 기존 10일에서 30일로 연장시켰다.

또한 발효시 쌀을 찌지 않는 생쌀발효법을 적용해 쌀의 고유한 영양분을 최대한 살리고 숙취를 낮췄다. 발효가 끝난 후에는 6℃ 이하의 냉장시설에서 숙성을 시켜 단맛을 줄이고 톡 쏘는 듯한 청량감을 높였다.

국순당의 막걸리의 매출 비중은 국순당 전체 주류 중 50%를 차지하며 연간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국 막걸리 시장에서는 15% 안팎을 점유하고 있다.

국순당 막걸리는 현재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동남아지역 등 해외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지역 막걸리 수출액이 지난해 71만1000달러로 2013년(46만6000달러)보다 52.5% 증가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순당은 양조에 적합한 ‘설갱미’를 개발해 백세주, 미몽 막걸리 등에 이용하고 있다. 설갱미는 멥쌀의 일종으로 전분사이 공간이 많아 균의 서식과 발효에 적합하다. 횡성군과는 설갱벼 공급계약을 통해 올해 공근면 일대 58개 농가 약 50ha 면적에서 총 325t 규모의 계약재배를 진행했다.

최영환 공장장은 “청정지역인 강원도 횡성에서 깨끗한 물을 원료로 좋은 술을 만들고 있다”며 “강원도와 상생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서영·최경진·김재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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