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문영

강원대 약학과 교수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결과에서 하위급이라고 평가된 도내 대학들은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책임자인 총장과 보직교수들의 사퇴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강원대학교의 경우에는 평가준비 소홀로 학교역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관계자들이 사죄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활동 중이고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 중이다.

이번에 하위그룹(D, E등급) 평가에 따른 입학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받게 되는 대학은 도내 16개 중 8개나 된다. 전국적으로는 약 23%의 지방대가 하위그룹에 들었으나 도내 대학은 50%나 포함됐다. 또한 도내의 75% 이상 대학이 C등급 이하를 받았다. 서울소재 수도권 대학은 75% 이상이 A, B 등급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지역적 배려가 없는 ‘지방대학 죽이기’로 상대평가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볼멘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강원대학교가 지방거점국립대 중 유일하게 포함되어 충격이 크다. ‘지방거점 국립대학교’는 강원권에 한군데만 지정되어 매사 교육부의 엄격한 지시감독을 받으며 많은 재정지원을 받는 도내에서 가장 큰 대학이다. 이번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를 마치 부실기관인 것처럼 낙인찍어 지역이나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감독기관인 교육부의 책임은 없는지 묻고 싶다.

교육부가 진행한 이번 구조개혁평가의 궁극적 목적은 입학정원 감축에 있다. 하위로 찍힌 대학에는 정원을 10%까지 줄이도록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해당대학에게는 재정지원사업(각종 교육사업, 연구사업 등)이 제한되며 학생들에게도 학자금 융자와 국가장학금 신청까지 못하도록 제재가 덧붙여져서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징벌적인 벌칙을 주고 있는 셈이다.

평가방식이 문제다. 대학구조개혁평가라고 해놓고 실제로 구조개혁실적은 평가하지 않고 일반적인 경영실적(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긴 후 하위그룹엔 정원조정 등을 지시했다. 강원대학교의 경우에는 이미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권고 최대치인 10%까지 정원감축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말 잘 듣는 놈, 떡 하나 더 주는 게 아니라 매 한차례 더 때리는 식이다. 마당을 쓸고 나니 마당 쓸라는 격이다.

아무런 죄가 없는 학생들에게 학자금 융자나 장학금 지원까지를 못하게 한다니 이것도 너무나 비교육적인 처사다. 이번 평가에 교수의 연구실적 같은 것은 아예 지표로서 설정되어있지 않는데도 연구사업비까지 제한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처사다. 연구가 생명인 교수들의 명줄을 끊는 셈이 된다.

돈줄을 거머쥐고 있는 교육부의 무분별한 평가만능주의도 문제다. 도세가 약한 강원지역의 대학들이 꼴찌가 되기 쉽다. 그러다보니 국가예산의 지원대상에서 배제된다. 지역산업기반이 없어 가뜩이나 경쟁력이 약한 도내 대학의 역할은 위축된다. 인기가 떨어지니 지역인재가 수도권으로 가서 교육을 받게 되고 강원지역으로는 환류가 되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다. 지역주민의 자존감을 약화시키고 지역 간 불균형도 심해질 것이다.

물론 운영, 재정이나 교육에 문제가 있는 대학은 퇴출되어야한다. 부실한 대학의 경우에는 출구전략도 만들어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대학구조개혁은 지속하되 수도권 중심적인 잣대로 무조건적인 상대평가를 할 것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염두에 두는 정교한 대학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면 안 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국정기본과제 중 하나로 야심차게 발표한 지방대학육성방안(2013.11)의 기본 틀인 ‘지방대학의 역할 및 중요성’을 잊지 말고 잘 지켜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