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들판에 무르익어 가는 자연의 선물들을 보노라면 한없이 착해지고 순해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주는 풍광들이 그저 고맙습니다. 가을은 하루하루가 명절 같습니다.

그중 더 좋은 날, 추석이 곧 다가옵니다.

이번 한가위에 뜨는 보름달은 올해 뜨는 보름달 중 가장 커다란 모습일 거라고 합니다.

도민 여러분 모두 환하고 정겨운 보름달 마주하면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련한 옛 풍경을 우리 어린 세대에게도 말씀해 주시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놀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훨씬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예전의 추석은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모시고 아껴두었던 음식과 옷들로 한껏 넉넉해지고,떠들썩한 마을 잔치로 이어지곤 했던 일들을 말이지요.

그러나 두루 알다시피 그런 마을공동체는 많이 허물어졌습니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윤택하지는 못합니다. 전반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그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 입시에 허덕이는 학생들, 늙고 병든 홑몸 어르신들에게 시대는 더욱 혹독한 고통을 요구합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추석은 넉넉하고 행복한 명절이라기보다 피하고 싶은 남의 잔치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강원도교육청의 미래상은 ‘모두를 위한 교육’입니다. ‘돈 안 드는 교육’,‘좋은 교육’,‘정의로운 교육’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행복을 추구합니다.

올해 유·초등학생들을 위해 놀이헌장을 제정하여 공포했고 2학기부터 강원도형 놀이정책 ‘친구야 놀자’를 본격 운영합니다.

마침 추석도 되고 했으니,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우리 아이들과 전통 놀이 몇 가지도 함께 해보면 뜻 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교육청은 중·소규모 학교가 많은 강원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강원표준교복 디자인 사업’을 추진, 실질적인 ‘반값 교복’시대를 열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을 고려한 새로운 교복은 품질 좋은 소재에다 활동성도 높였고,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 맞춰 디자인도 아주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대가 아주 큽니다.

특히,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은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이고 교육청의 의무라는 생각으로 도내 여섯 군데에서 에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반응이 아주 좋고, 성과도 기대 이상입니다. 2017년에는 도내 모든 곳에서 시행될 예정인데, 마침 지난 18일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행복교육 정부 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영예의 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풍성할 때일수록 부족함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법입니다. 그만큼 소외된 분들의 박탈감도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정책들은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있으며 엄중한 책임감으로 선진교육을 펼치려는 강원교육구성원들의 의지입니다.

책임(responsibility)진다는 건 반응하고 응답(response)하는 능력(ability)입니다.

이번 추석에 저 역시 교육감에게 주어진 책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새기겠습니다.

아울러 ‘모두를 위한 교육’처럼 이번 추석이 ‘모두를 위한 추석’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식구를 넘어 고통받는 이웃들에게도 곁을 내어주는 마음,동그랗게 모여 앉아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음들이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집을 떠난 이들에게 고향 집의 아련함을 채워주는 한가위,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러운 한가위,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둥글어지는 한가위,아무 조건 없이 환대하고 껴울리는 한가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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