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미국 경제학자가 미국과 여러 유럽국가의 여성과 남성의 삶에 대한 만족도 변화를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장기프로젝트로 조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과 남성의 행복도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성의 경우 행복도가 수십년에 걸쳐 대체로 일정하거나 심지어 약간 높아진 반면 여성의 경우 행복도는 점점 더 낮아졌다. 1970년대만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행복했는데 2천년대 후반에는 이런 현상은 없어졌다. 뉴욕타임스가 공개적으로 여성들이 왜 점점 더 불행해지는 지 이유를 물었더니 누군가가 ‘여성이 불행한 이유는 여성에게 아내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댓글을 달았고 공감이 쏟아졌다. 여성들이 직업에서 점점 더 많은 책임을 떠 맡고 있어 여성들에게는 일과 육아 양쪽으로 해야할 일이 늘어난 반면 남성들은 가정생활에서 많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 즉 남편들이 해야할 몫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점점 더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선택의 조건’이라는 바스카스트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금년 한해 유난했던 남성셰프 돌풍이 혹여 여성중심의 명절부엌풍토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기대감을 갖게한다. 매년 하는 명절 가사노동은 당연히 여성몫인데 뭐 이렇게 남편들까지 개입시키지 못해 안달났나 생각하는 남편들도 있을 것이나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만큼 명절증후군 후유증은 강도가 세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음식 장만 시댁 동서간의 소통 등 관계의 문제에서 오는 육체적 정신적고통도 있지만 무관심한 남편도 명절증후군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올해도 명절 연휴의 대면(對面) 스트레스가 심해 이혼상담이 늘었다는 뉴스가 들린다. 가부장적 지배로부터의 여성해방은 사회의 휴머니즘을 위한 기본전제라고 에리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말한다. 남편쪽 입장에서는 가부장적이니 여성해방이니 거창한 용어가 반사회적 용어처럼 들릴 수도 있어 부언한다. 명절때 남편들이 아내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명절증후군이 방지된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일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 아내도 어떤 아버지의 금쪽같이 귀한 딸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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