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 이주일 후면 대한민국 전체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한 폭의 그림으로 변한다. 떨어지는 낙엽이 운전하는 차 앞 유리창에라도 붙으면 심장이 쿵하는 소위 ‘심쿵’을 경험하게된다 .어디를 가도 알록달록 색깔의 운치가 잊고있었던 감성을 되살려주니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히 자연 나들이를 권한다. 아픈 마음은 아픈 대로 기쁜 일상은 더욱 기쁘게 가슴으로 녹아들게 하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달 10월은 모두가 성숙해 지는 달이다. 그러나 10월은 팍팍한 삶을 위로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넉넉한 달 만은 아니다. 화려한 아름다움 뒤에 오는 황량함이 더 깊게 울림을 만들어 사람을 가라앉게 하기 때문이다. 시인들에게도 ‘10월’은 뭔가를 잃어가는 달이다.

시 ‘10월’에서 오세영 시인은 ‘돌아보면 문득 나홀로 남았다’라는 싯귀로, 문인수 시인은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는 귀절로 시월의 스산한 단면을 표현한다. 이외수씨도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드릴께요’라고 10월을 내려놓는 달로 노래한다. 이해인 수녀는 시 ‘낙엽’에서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라고 가을을 말한다. 저물어가는 쓸쓸함이 화려했던 시간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아서인지 인디언들 또한 10월을 ‘가난해지기 시작하는 달’이라고 명명한다.

추석이 지나고나니 한해의 결실을 위해 어떻게 달려야할 지 정신적 부담이 커졌다. 날씨가 큰 몫하는 듯 나날이 달라지는 낙엽의 색깔이나 낙엽의 수가 마무리를 재촉하는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진다. CEO 위정자같이 막중한 책임을 가진 사람들의 부담감보다는 덜 할 지언정 개개인도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한 책임감이 짐으로 다가온다. 욕구의 위계설로 유명한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상위의 욕구를 ‘자기실현의 욕구’라고 정의한다. 올 한해 가장 뜨겁게 열망하는 자기실현이 무엇이었나 돌아보기에 최적기인 달이 10월이다. 남은 3개월의 크고 작은 로드맵과 그 실천이 아직은 가능하다라는 마음이 있어서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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