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웅

가톨릭관동대 교수

이산가족 상봉과 교류는 명실상부한 남북간의 최우선적인 정책과제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러나 과연 현실은 어떠한가? 전쟁과 냉전의 소용돌이 역사에 의해서 서로 헤어져 산 지 이제 70여년이 되어가는 가족들이 생사여부는 물론 서신교환이라도 하려는 ‘자연권적’ 욕구는 여러 가지 정치적 제약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방문단 상호 교환에 합의함으로써 활성화되었으며 당국 차원의 상봉 규모는 연평균 18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당국과 민간 차원의 상봉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당국 차원의 상봉은 2009~10년 2차례에 걸쳐서 1770여명만 성사되었고 2008년과 2011년에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2000년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시작된 이후,19회에 걸친 이산가족 ‘대면상봉’수혜자는 1956명으로 ‘화상 상봉’수혜자 279명을 합치더라도 신청자 대비 상봉 성공률은 1.72%다.

이러한 상황 아래 이산가족 상봉대기자나 가족들의 기대나 관심도 크게 저하되는 실정이다. 이산가족 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체성과 교류의지가 강한 적극집단은 31.4%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의 정책 핵심목표 집단을 재선정해야 한다.

북한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북한은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적 과제나 통일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의 행정체계가 이산가족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구를 조회,탐색하고 이들을 사전 교육시켜 회담장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행정능력과 교통체계, 사회자원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대기자의 고령화,국민들의 정책불만,북한측의 무성의 문제 등을 직시하고 이제 이산가족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추진체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기적 상봉행사 위주 정책은 극적인 효과는 있지만,실질적인 정책효과도 떨어지고 이산가족들의 불만도 높다. 따라서 1회성 이산가족 상봉행사보다 다면적이고 포괄적인 이산가족 정책을 수립하여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정책프래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대부분 생존 이산가족들은 직접 상봉(20.3%)보다 생사확인(49.6%)을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다. 즉 전면적인 생사확인 및 서신 교환,화상 상봉 등을 중시해야 한다. 직접상봉도 무작위 추첨방식이 아니라 고령자 우선 원칙으로 바꾸고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확인부터 협상해 나가야 한다. 또한 이산가족문제의 장기화에 대비해서 유전자은행,유골 영구귀향 등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가능하다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서 당국 차원의 서신 교환 제도화를 추진해 볼 수 있다. 즉 대면 상봉 없이도 자유롭게 이산가족 간 우편물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이다. 서신 교환은 직접 교류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많은 신청자들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측의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서독 정부는 서독 주민들로 하여금 우편을 통한 교류뿐 아니라 인적왕래를 통한 물품 직접 전달,면세점 등을 통한 동독 주민에 대한 지원을 허용한 바 있다.

우리도 1차 생사확인,2차 서신교환,3차 가족간 소규모 물품지원 및 고향투자방문 등 이산가족 교류의 새로운 프래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문제는 작은 통일을 실천해나가는 중요한 정책의제이다. 또한 생사도 모른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바램을 채워주는 인도적 과제이다. 향후 정부는 고향투자를 포함한 다각적인 정책의제를 개발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북한측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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