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전역에서 열렸던 2015전국체전이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행사와 프로게임에 눈이 높아진 탓인지 국내 최대 체육행사인 전국체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예전만 못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공중파TV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같은 매스컴에서도 한줄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아예 국민적 관심사에서 제외된 듯 했다.
대회기간동안 강릉을 찾은 방문객이 다소 늘긴 했지만 전국적인 이런 분위기는 이번 전국체전이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프레대회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이 기회에 이를 홍보하기 위해 매우 힘을 기울였던 강릉시로선 다소 맥 빠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강릉시가 해야 할 일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잘 준비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쩌면 강릉시가 더욱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일은 강릉이라는 곳을 알리고 강릉을 한번이라도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 강릉의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일이다.
그것이 도시브랜드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도시는 그 자체로 상품이 되었고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도시브랜드가 제대로 형성되고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통합적이고 일관된 이미지와 상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강릉을 예로 들면 ‘강릉은 어떤 도시입니까’라는 질문에 ‘강릉은 이러이러한 도시입니다’라고 짧지만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정체성엔 역사와 문화는 물론이고 장소성,지역성,로컬리티의 개념이 다 포함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미지와 상징이 만들어져야 도시는 브랜드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바로 도시가 가진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다.
호모나랜스(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인간 모두에겐 이야기의 DNA가 있다. 잠에서 깨 일상생활을 하고 다시 잠들 때까지,아니 잠들어서도 우린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은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는가’이다.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브랜드홍보를 위해 스토리텔링이 도입된 지는 이미 꽤 됐다. 지금도 잘 만든 CF들은 대개 제품설명보다는 제품이나 회사 이미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스토리를 통한 브랜드 홍보가 소비자들에게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자연스럽게 기억되고 자연스럽게 확산된다는 점이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특징이다. 도시브랜드에도 이런 전략은 적용될 만 하다.
지금 서울에선 서울브랜드선포식 준비로 분주하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도시마케팅을 위해 시작된 서울브랜드는 지금 뉴욕의 ‘I ♥ NY’에 버금가는 도시브랜드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도시브랜드를 구축하려면 서울의 이런 노력을 주목하고 가려서 수용하는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다.
강원도와 강릉시에게 성공적인 전국체전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국체전 이후다. ‘강릉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통용되게 하려면 전국체전과 같은 큰 이벤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때 통합적이고 일관된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솔향 강릉’이 도시브랜드로서 가치와 기능을 계속 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올림픽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강릉시에겐 더 이상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돈과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낭비되는 아까운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