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진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전역에서 열렸던 2015전국체전이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행사와 프로게임에 눈이 높아진 탓인지 국내 최대 체육행사인 전국체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예전만 못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공중파TV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같은 매스컴에서도 한줄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아예 국민적 관심사에서 제외된 듯 했다.

대회기간동안 강릉을 찾은 방문객이 다소 늘긴 했지만 전국적인 이런 분위기는 이번 전국체전이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프레대회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이 기회에 이를 홍보하기 위해 매우 힘을 기울였던 강릉시로선 다소 맥 빠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강릉시가 해야 할 일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잘 준비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쩌면 강릉시가 더욱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일은 강릉이라는 곳을 알리고 강릉을 한번이라도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 강릉의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일이다.

그것이 도시브랜드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도시는 그 자체로 상품이 되었고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도시브랜드가 제대로 형성되고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통합적이고 일관된 이미지와 상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강릉을 예로 들면 ‘강릉은 어떤 도시입니까’라는 질문에 ‘강릉은 이러이러한 도시입니다’라고 짧지만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정체성엔 역사와 문화는 물론이고 장소성,지역성,로컬리티의 개념이 다 포함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미지와 상징이 만들어져야 도시는 브랜드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바로 도시가 가진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다.

호모나랜스(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인간 모두에겐 이야기의 DNA가 있다. 잠에서 깨 일상생활을 하고 다시 잠들 때까지,아니 잠들어서도 우린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은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는가’이다.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브랜드홍보를 위해 스토리텔링이 도입된 지는 이미 꽤 됐다. 지금도 잘 만든 CF들은 대개 제품설명보다는 제품이나 회사 이미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스토리를 통한 브랜드 홍보가 소비자들에게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자연스럽게 기억되고 자연스럽게 확산된다는 점이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특징이다. 도시브랜드에도 이런 전략은 적용될 만 하다.

지금 서울에선 서울브랜드선포식 준비로 분주하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도시마케팅을 위해 시작된 서울브랜드는 지금 뉴욕의 ‘I ♥ NY’에 버금가는 도시브랜드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도시브랜드를 구축하려면 서울의 이런 노력을 주목하고 가려서 수용하는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다.

강원도와 강릉시에게 성공적인 전국체전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국체전 이후다. ‘강릉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통용되게 하려면 전국체전과 같은 큰 이벤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때 통합적이고 일관된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솔향 강릉’이 도시브랜드로서 가치와 기능을 계속 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올림픽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강릉시에겐 더 이상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돈과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낭비되는 아까운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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