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문영

강원대 교수·시인

춘천에는 소양 1교라는 다리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82년 전인 1933년에 놓인 것으로서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6.25 때 총탄자국도 교각에 남아있다. 춘천시에서는 이 다리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여 철거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다리의 상류엔 1972년 준공된 세월교가 있다. 소양댐의 찬물이 흘러내려 한여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모여들던 다리다. ‘콧구멍 다리’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작년에 원주국토관리청이 이 다리를 없애려다가 존치시키기로 했다. 추억과 사랑이 깃든 이 다리의 철거를 시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강촌에는 ‘출렁다리’가 있었다. 7080세대를 포함해서 이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강촌을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80년대 들어 옆에 새 다리가 놓이자 그만 철거해버렸다. 올해 춘천시는 20억 원을 들여 출렁다리를 재현해놓았다. 그러나 세워진 위치도 달라지고, 규모 또한 매우 작아져서 옛 명성을 되살리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춘천시청 대지 내에는 등록문화재인 옛 강원도지사관사(1964년 건립)가 있다. 독특한 건축미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춘천시가 신청사를 설계하면서 이 건물을 현재의 장소에 그대로 두느냐, 혹은 이전 복원하느냐로 말들이 많다. 만약 이 건물이 등록문화재가 아니었다면 벌써 철거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문화재가 원래의 자리를 떠나면 강촌의 ‘출렁다리’처럼 역사적 의미가 퇴색된다. 그 자리에 그냥 두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춘천에는 옛 강원도지사관사(제107호)와 소양로 성당(제161호) 단 두 곳 밖에 등록문화재가 없다. 춘천시가 그만큼 이 분야에 관심이 소홀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소견으로서도 앞서 얘기한 소양1교와 세월교,그리고 신남역사,백양리역사, 경강역사, 현 춘천미술관(옛 춘천감리교회), 강원도청 본관,농협 소양로지점(옛 한국은행 춘천지점),화천댐 건설 시 자재를 옮기는 데 썼다는 의암호 로프웨이교각 같은 것들은 춘천의 근현대문화유산으로서 어서 빨리 등록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사라진 옛 춘천역사도 보전했어야했다.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들라면 약사동 망대를 꼽고 싶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춘천의 애환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여 얼마 전 ‘망대’라는 제목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진 근대 건축물이다. 춘천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화재감시,인근 교도소의 감시탑,민방위 사이렌 등으로 오랫동안 이용됐다. 6.25 이후에 피난민들이 망대 주변으로 모여들어 집을 짓고 사는 통에 좁은 골목의 달동네로 남아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서민들의 삶과 함께 역사의 애환을 느끼게 하는 구조물이다.

약사동 망루와 유사한 건축물로서 강원 태백경찰서 망루,전북 임실의 오수 망루,회문 망루,운암 망루,그리고 경북 김천 부항지서 망루가 이미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아쉽게도 약사동 망대의 주변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된다고 한다. 춘천시가 아파트건립주체와 협의하여 그 자리에 망대가 보전될 수 있는 설계를 요청하면 좋겠다.

춘천시에서는 이제라도 관내의 근현대문화재를 조사하여 보전가치가 있는 것은 사라지기전에 서둘러 등록시키기를 바란다. 등록문화재는 외관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간이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역문화 및 관광산업과 연계시킬 수 있어서 도시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춘천은 신석기시대부터 선조들이 살아왔음에도 타 지역에 비하여 유달리 역사적 문화재가 없는 도시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역사의 향기가 서려있는 도시가 최고의 미래도시다.



▶약력= △중앙대학교 약학박사△전 국립약학대학 학장협의회 회장△전 춘천문인협회장△한국시인협회 회원△꿈동이인형극단 후원 회장△강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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