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총선을 5개월 여 앞두고 여의도의 강원 정치권이 심상치 않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도 국회의원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예산정국에서 2016년 도 예산이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 국회의원들은 각자도생중이다. 헌재가 요구한 인구 하한선에 못미친 홍천·횡성의 황영철 의원은 풍찬노숙하고 있다.

농어촌 특별선거구 도입을 여·야 지도부에 압박하며 국회 본관과 당 대표실에서 먹고 자며 지역구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기호,정문헌 의원도 선거구 조정을 앞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생존전략 마련에 전전긍긍이다.

인구 하한선을 웃돌아 여유가 있을 법한 염동열,김진태 의원은 지척의 화약고가 터질 경우 유탄이 어디로 튈지 몰라 초긴장이다.

김기선,이강후,이이재 의원은 지역구 관리에 비상이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이 쓰이고 요동치는 지역여론도 걱정이다.

권성동 의원은 당내 입지와 지역 기반이 안정적이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역 현안을 챙기는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동료의원들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봐 주던 도 국회의원 9명의 우의와 신뢰는 총선일이 다가오면서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난 출처불명의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강원 정치권은 일대 충격에 빠졌다.

도 국회의원들은 이 획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와 가장 큰 피해자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동료 의원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정 의원의 총선 불출마와 차기 지선 도지사 후보 추대설이 꼬리를 물고 밤에 출몰했다 새벽에 사라지곤 한다.

불안과 의심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총회장에서 실체를 드러냈다.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가 두 토막나 동해·삼척과 홍천·횡성 선거구에 통합되는 것으로 전해지자 염동열 의원은 단상에 올라 황당무계한 획정안의 출처를 따지며,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같은 입장의 김진태,한기호 의원은 염 의원 곁에 서서 경계와 의혹의 눈초리를 당 지도부에 겨눴다.

일촉즉발의 충돌은 새누리당 대표들이 문제의 선거구 획정안을 부인하고 강원도 9개 의석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봉합됐다. 하지만 불안한 평온이 언제 다시 깨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11일 최문순 강원지사는 예산담당 공무원들을 대동하고 도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았다. 목전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최 지사나,총선을 앞둔 도 국회의원들의 걱정은 같다.

하지만 2016년 정부 예산안에서 도 현안사업이 도 국회의원들의 눈에 들어올리 없다.

다른 시·도는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예산결산특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을 추가하는 마당에 강원도는 운명을 충청도 국회의원에게 의탁할 신세다.

내달 초로 예상되는 개각과 경찰 고위직 승진인사에서도 도출신을 챙겨줄 여유와 여력도 소진되고 있다.

지역구 축소 위기,선거구 조정을 둘러싼 의원간 갈등 그리고 내년도 예산확보 등등. 여의도의 강원 정치권이 떠안은 짐이 힘겨워 보인다. 150만 강원도민들이 함께 나눠 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지역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최 지사가 강원도 국회의원 의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다.

그 흔한 기자회견을 통해 도민들의 목소리를 냈다는 소식도 아직 없다. 시장과 군수,지방의원 중 나서는 이도 안 보인다.

국무총리,도지사,국회의원을 지낸 원로들도 조용하다. 전직 도지사의 국회의원 출마설이 정가를 유령처럼 떠돌 뿐이다.

인구,경제력,정치력이 전국에서 3%인 강원도. ‘작지만 강한 강원도’는 아직 요원한 것인가? 정치의 계절을 맞아 바람이 점점 거세지는 광화문과 여의도를 오가며 든 고민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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