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배

한국폴리텍Ⅲ대학장

얼마 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고생한 수험생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어떤 이는 기대보다 낮은 결과를 받아들 것이다. 수능 고득점만이 승자일까? 입시만을 놓고 본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결과만을 두고 성공 또는 실패란 말로 섣불리 이들의 삶을 규정짓고 싶지 않다. 이들은 인생이란 긴 여정 속에 이제 막 입시라고 명명된 한 고개를 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70%대다. OECD 가입국 중 최고라 한다. 학력이 우선시되는 사회적 풍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학력이 일자리와 직결됐던 시대를 살았던 부모세대는 자식교육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레 사교육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입시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명문대가 그들의 삶을 대변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도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학 입학만이 더 이상 능사가 아니다. 애플의 고(故) 스티브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대표적인 대학 중퇴자가 아닌가. 고졸 CEO들의 활약상도 우리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능,그 이후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수험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설문에 따르면,수능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아르바이트’라고 한다. 이어서 여행,놀기,다이어트,자격·면허 취득 순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긍정적이다.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적응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소신(所信)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러 장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고삐를 잡고 아들이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이를 본 소녀가 당나귀를 타고 갈 것을 종용했다. 그럴 듯하게 여긴 아버지는 아들을 태운 채 장터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한 노인들은 아버지를 걷게 한 아들의 행태를 손가락질했다. 늙은 아비를 걷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부자(父子)가 함께 당나귀에 올라 장으로 향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당나귀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며 이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부자는 당나귀를 짊어지고 장으로 향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이는 서로의 입장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소신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주변의 기대와 조언들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소신 없는 인생은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어릴 적 꿈이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실이란 벽에 부딪혀 변형된 꿈이다. 이를 두고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가혹하리만큼 냉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꿈을 좇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현실에 타협은 했지만 포기는 아닌 것이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라는 고(故) 신해철의 물음처럼 충분한 고민을 통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학벌로 이야기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능력이다. 공부가 되었든,기술이 되었든 작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에 이를 알려라. 혼자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해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다소 불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삶의 방향이다. 좋아하는 그 일을 찾아 지금 시작해야 한다. 훗날 후회 없는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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