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웅

가톨릭관동대 교수

극적인 타결을 이루었던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이후 3개월 여만에 12월 11일 차관급 회담이 예정되었다. 앞서 북측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방북 하루 전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연기를 통보했고,그로부터 3일 후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아마도 북측은 민간단체를 통한 ‘소소한’ 인도지원보다 ‘통큰 합의’를 실현시켜 대규모 남북경제협력이나 개발지원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이미 북한은 최근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남북 노동자 축구 등을 통해 남북협상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 당국회담 실무접촉에서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협상의제로 제시했지만,북측은 5·24조치 해제조치 보다 금강산관광 우선 재개문제에 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측은 금번 당국간 고위급 회담에서 왜 금강산관광 재개를 최우선 협상목표로 제시한 것일까?

첫째 무엇보다 북한은 ‘돈’이 필요하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이 전성기였던 2007년 한 해 공식적인 관광 수입으로만 2038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남측 관광객이 개별적으로 금강산에 가서 쓴 돈까지 합치면 연간 5000만달러 정도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36년만에 처음으로 내년 5월 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 출범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하는 중요한 절차이며 이를 계기로 당·정·군 간부들에게 줄 ‘선물’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김정은 시대 ‘치적’포장이다.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착공 1년여 만에 완공된 마식령스키장은 아시아 최대규모로 슬로프의 총연장이 110km에 달해 용평스키장의 4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 북한 체육성은 2013년에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에 마식령스키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강원도는 정부당국과 동계올림픽 훈련장으로 마식령스키장을 이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북측도 현재 이용객이 거의 없는 마식령지구 치적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핵개발과 인권탄압으로 비롯된 국제제재를 회피하고 5·24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대화전략’의 필요성이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지역의 절대적 현안이다. 강원 고성지역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금까지 2714억원(월평균 32억원)의 지역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지역 폐업 업체는 총 414개소에 달한다. 기업과 지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명분은 북측이 우리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또한 군사적 긴장국면을 희석시키고 남남갈등을 노리는 ‘화전’ 양면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의 적극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 재개 합의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정부는 2008년 박왕자씨 총격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북측이 여전히 이를 거부한다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만약 금강산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조치가 전제된다면 금강산 관광사업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즉 우리 정부가 타진하고 있는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조치와 DMZ 평화공원개발 사업 등과 맞교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남북협상 과정이 보여주듯이 지나친 기대와 낙관은 금물이다. 남북간에는 아직 신뢰보다는 상호불신이 팽배하다. 그동안 수많은 협상들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휴지조각이 되거나 박물관의 유물로 전락되었다. 최근 북한은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 미사일 사출시험을 지속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조치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현실 변화를 직시하면서 냉철한 판단과 실용적인 자세로 우리 도민들의 염원인 금강산관광 재개협상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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