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진

가톨릭관동대 교수

우여곡절을 겪었던 레고랜드가 최근 또 다른 추동력을 얻어 본격적으로 테마파크 개장 목표를 향해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시행사 대표가 구속되고 현재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문화재 발굴로 공사가 지연되는 등 크고 작은 문제로 개발이 늦어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강원도민은 물론 국민들까지 불안감과 개발 완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장난감 레고의 운영사 중 하나인 영국 멀린사(社) 대표이사의 방한을 계기로 사업정상화가 기대되고 있다.

춘천에 세워질 레고랜드는 그 규모와 경제효과면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영국의 레고랜드보다 약 두배가 큰 규모로 조성되는 춘천레고랜드는 완공 후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과 44억원의 지방세수 확보는 물론이고 1700여개의 양질의 일자리와 1만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 지역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계기로 순수 인구유입이 늘어나 춘천시 인구가 3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은 어쩌면 확정된 결과라기보다는 간절한 바람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국비 및 지방비 투입과 관련한 불안은 차치하고서라도 레고랜드의 조성과 운영에 관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레고랜드가 과연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만만큼 친숙한 콘텐츠로 구성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레고가 인기 있는 장난감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유년시절 혹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함께 한 장난감인지에 대해선 의심이 간다.

여기서 도쿄의 디즈니랜드와 홍콩의 디즈니랜드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1983년에 만들어진 도쿄 디즈니랜드는 개장한지 2년만에 미국 디즈니랜드의 32년 방문객 숫자를 넘어섰고 현재 연간 20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는 인기있는 테마파크다.

하지만 홍콩 디즈니랜드는 비교적 최근인 2005년에 개장해서 다양한 기술력으로 무장했지만 방문객의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원인을 분석한 결과가 꽤나 재미있다. 바로 ‘스토리의 부재’와 ‘공감대 형성의 실패’라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후 일본의 어린이들은 미국의 방송을 보고 들으며 디즈니의 캐릭터들과 함께 자라났지만 홍콩의 아이들은 미키마우스를 잘 알지 못했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디즈니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친숙한 일본인들은 자연스럽게 디즈니랜드를 찾게 되었다.

그로 인해 도쿄 디즈니랜드는 지금도 발전과정에 있다. 설득력 있는 분석결과라 생각한다.

스토리의 부재가 가져온 실패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지난 2011년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2000년 이후 영화,드라마 세트장에 투자한 지자체는 총 26곳이며 이들 지역에 32개 세트장이 지어진 것으로 집계되었다.

영화,드라마 세트장 설립에 들어간 총 예산은 5170억 4400만원이었으며,이 중 국비,도비,시비,군비는 전체의 27%인 1394억 3200만원이 투입됐다.

32곳의 영화·드라마 세트장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운영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보수 관리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테마파크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막대한 자본의 낭비는 물론이고 체험적 소비라는 관광콘텐츠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

재미와 향유의 핵심요소인 스토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이제까지 레고랜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공사 착공과 진행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레고랜드 안에 들어설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구상하고 계획했던 레고랜드에 들어설 콘텐츠에 대한 재검토도 앞에서 말한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관해서 고려되어야 하겠다.

총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연간 운영비 또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레고랜드가 반짝 이벤트로 그쳐선 안 된다.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명소가 될 희망찬 장밋빛 미래 청사진과 더불어 복차지계(覆車之戒)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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