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영동본부 취재국장

80년 전,이 땅의 침탈자들이 하려고 했던 일을 주인인 우리가 아직도 못하고 있다면,이 유감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욱이 그 일이 낙후된 지역발전에 견인 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중차대한 과제인데도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면,과연 우리는 주인 자격이 있는 것일까.

‘동해선’ 철도 얘기다. ‘동해선’은 남쪽 부산진에서부터 울산·포항을 거쳐 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고성까지 480여㎞를 이동노선으로 하고 있다. 산업밀집지인 영남권∼강원권의 관광·물류 교류를 촉진시키고 향후 금강산∼원산을 지나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특구로 내달려 한반도 종단 철도망을 완성해야 하는 ‘통일의 길’ 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그런 철도가 없다. 다행히 지난 2008년부터 경북 포항∼강원도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 166.3㎞ 건설공사가 시작돼 오는 2019년 완공·개통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강릉∼고성 동해북부선 110.2㎞는 여전히 철도 건설 촉구 여론만 무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지금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그 철도를 과거 일제강점기에 이땅의 침탈자들이 건설하려고 했다. 그들은 동해안 종단 철도를 완성하기 위해 도내와 경북 동해안에서 부지를 확보하고,노반 공사를 진척시키기도 했다. 더 나아가 부산∼포항 사이에 동해남부선 철도를 개통시킨데 이어 지금은 북강원도에 속해 있는 함경남도 안변∼양양까지 192.6㎞에는 동해북부선 철도를 개통,열차가 운행토록 했다. 지금부터 꼭 80년 전인 1935년∼1937년의 일이다.

지역 원로들 가운데는 안변∼양양 철도를 기억하는 분들이 적지않다. 강릉의 한 원로는 “당시에는 서울로 직접 연결되는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강릉에서 버스를 타고 양양역으로 이동해 열차를 타고 양양∼안변(환승)∼서울행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 이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일제가 한반도 곳곳에 철도를 개설한 것은 식민지 착취와 대륙 침략의 발판을 다지려는 목적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계획하는 철도와는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도 80년 전에 침탈자들이 주목했던 사회간접자본을 이땅의 주인인 우리가 아직까지 거의 한발도 진척시키지 못한 채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금 세계 최대경제권인 유라시아 대륙 각국과 경제협력 및 교류를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이다. 우리나라는 분단으로 인해 대륙과 단절됐기 때문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추진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대륙으로 통하는 길을 닦는 것이 급선무 과제다. 우리 철도가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된다면 대륙과 해양의 접점에 위치한 지정학적 입지를 살려 물류·교역에 혁명적인 신기원을 열 수도 있다.

포항∼삼척 간 철도 건설공사가 한창인 이 때,강릉∼고성 사이 110.2㎞ 미개설구간에 철도를 닦는 일은 더욱 절실해졌다. ‘동해선 철도’가 완성되면,지난 2007년 개설된 고성 제진역∼금강산 간 열차를 타고,북한 원산과 나진·선봉경제특구까지 한반도를 종단하는 철도망의 토대가 구축된다. 이 노선을 연결하는 것은 북한 당국에서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대륙 횡단 철도로 더 쉽게 가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우선은 내년 초 예정된 정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기본계획’에 동해북부선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80년 전에 하려고했던 일을 아직 우리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되새겨 본다면 보다 쉽게 해법이 열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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