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종윤

강원대병원 어린이병원장

비수도권 지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수도권 집중 현상은 비단 경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보건 의료 분야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의료 전달 체계의 쟁점과 발전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도 기준 서울의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삼성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타 지역 환자 진료 비중이 진료인원,진료비와 내원일수 기준으로 50.7%,61.2%,52.2%였다. 또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2014년도)에 따르면 수도권 병원으로 지역 환자 쏠림 현상은 2011년도에 비해서 내원일수 및 진료비 기준으로 좀 더 심해졌음을 알 수 있다.

지역 환자의 수도권 병원 쏠림 현상은 특히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 높았는데 2015년도 문정림 국회의원의 ‘시도별 수도권 진료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는 3000억원의 진료비를 수도권에서 사용했고 강원도민 전체 진료비에서 20%를 수도권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진료비 비율로 봤을 때는 전국 최고였다. 지역 주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병·의원이 지역 주민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필자를 포함한 의료 관계자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분발이 필요할 것 같다.

지역 주민의 지역 외 진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먼저 지역주민이 수도권에 병원을 찾아 헤매면서 지출하는 사회·경제적인 직·간접 비용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역 내 환자 유출로 발생한 병·의원의 경영상의 어려움은 추가적인 시설 및 장비 투자에 걸림돌이 되어서 지역 내 의료기관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 강원도에 의료시설이 없어서 도민이 무려 600km를 이송해 치료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지역 내 의료 시설 및 장비 부족으로 발생한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지역민이 외면해 발생하는 병원의 축소 및 폐업은 도내 의료 취약지의 증가와 연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돌아선 지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강원도의 작은 개별 병원이 거대 자본을 가진 서울의 대형 병원에 맞서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지역 사회의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우수 의료진 확보다.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강원도에 근무하는 의사수는 올해 2518명이고 이중 장래에 전문의로 성장할 인턴,레지던트의 수는 378명으로 전체 의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도에 강원도 의사수가 231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109%의 증가가 있지만 전국 평균보다는 낮았다. 전공의 수가 지난 5년간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강원도 전체 의사 수의 증가가 전국 평균 보다 낮다는 말은 해마다 배출되는 약 80여명의 전문의가 모두 강원도에서 근무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일 것이다.

신규 전문의들을 도가 흡수하기 위해서는 도에 근무하는 의사 및 간호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프로그램 운영도 다른 방안일 것이다. 첫째 현재 시행하고 있는 대학병원과 지방 의료원의 임상교수 정책의 내실화와 확대다. 두 번째로는 좀 파격적인 제안으로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우수 전문의에게 지방 별정직 공무원 신분을 부여해 신분상의 불안정을 없애 안정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것도 방안일 것이다. 세 번째로는 수련 후 도에 근무를 희망하는 전공의에게 전문의로 정착할 때까지 과감한 지원 수당과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끝으로 도에서 근무를 원하는 의대생들에게 장학금 및 전공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강원도민을 섬기는 우수한 의료진이 많아져 강원도민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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