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배
  한국폴리텍Ⅲ대학장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목표나 계획을 세워 새로이 다짐하기 마련이다. 다이어트에서부터 자기계발,취업,결혼,저축,여행 등 연령대별로 또한 성별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대체로 계획에 맞춰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3일이 모여 한 해를 너끈히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작심은 목표를 상기시켜주고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사연을 가진 학생들과 소통해오고 있다. 학교 특성상 아무래도 취업에 관한 질문을 자주 듣는 편이다. 단기과정 수료 후 취업 여부도 주된 질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속성(速成)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설혹,요행으로 취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 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3개월 속성으로 운동한 사람과 1년간 꾸준히 운동한 사람의 근육 밀도가 비견될 수 있을까. 마찬가지이다. 꾸준하게 준비한 사람이 결국 목표한 취업을 성취할 가능성이 더 높다.

산류천석(山溜穿石)이라는 말이 있다.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이다.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몇 해 전,영국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주창한 ‘1만 시간의 법칙’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 1만 시간을 노력하면 누구나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보다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소위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사람은 꾸준히 즐기면서 노력한다는 것이다.

겨울스포츠의 꽃,KBL프로농구에는 불혹(不惑)의 주희정 선수가 있다. 그는 19시즌 동안 11경기를 제외하고 약 960여 경기를 소화해내고 있다. 앞으로 부상만 없다면 전무후무(前無後無)한 1000경기 출전이 가능해 보인다. 출전기록 뿐만 아니라 어시스트,스틸부문에도 역대 1위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의 농구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꾸준함의 결과다. 사실 모든 일에 요행은 없다. 요행처럼 보일 뿐이다. 졸다가 뒤늦게 결승점을 통과한 토끼가 거북이를 바라본 시선이다. 만약 거북이의 부단한 발걸음을 보았다면 토끼가 과연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까.

지난해 ‘헬조선’,‘금수저’ 등의 인터넷 신조어가 큰 화제가 되었다. 애초 청년들의 취업 세태를 반영한 단어였지만,희망 없는 우리 사회에 빗대어 두루 쓰이고 있다. 더욱이 금수저와 흙수저 같은 ‘수저계급론’은 청년들의 좌절감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도 저성장의 늪에서 고용이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답답한 형국이다. 하지만 현 사회 구조를 탓만 하기엔 청춘이 아쉽다. 아직 희망은 있다. 소위 헬조선에도 흙수저를 물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꾸준함의 결과다.

꾸준함은 사실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값진 것이다. 스스로의 기준을 잡고,여건에 맞서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꾸준함을 유지해야 한다.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회전략(迂回戰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코 돌아가는 길이 느린 길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유리할 지도 모를 일이다. 꾸준함은 배신을 모른다.

올 한해,청년 그대의 목표는 무엇인가. 남들과 동일하게 좌절 속에 멈춰만 있을 것인가. 혹은 조급함속에 소중한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꽃 피울 기회를 기다리며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울 것인가.

옛 추억의 향수를 떠올리며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제목처럼 2016년,이제는 청년 그대가 물음에 응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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