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의 학생들 중 호감 있는 5명과 비호감인 5명을 선발해 이들을 교단 앞에 나와 지시대로 행동할 것을 명령하고 나머지 30명의 아이들에게는 틀리는 것을 감점해 이들의 점수를 매기라고 시킨다. 처음 행동은 왼손을 들고 집게 손가락을 구부리고 오른쪽 눈을 감으라였다. 사실 호감, 비호감 학생들은 일부러 한번은 틀리게 한번은 맞게 행동할 것을 사전에 교육받은 학생들이다. 결과는 학생들이 똑같이 틀려도 비호감 아이들만이 훨씬 나쁜 점수를 받았다. 인상이나 선입견이 공정한 평가를 그르치게 했음을 보여준다. 책 하늘양식이 소개하는 심리학의 ‘관대화 경향’이다.

호감있는 타인에게도 그러니 자신에게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관대한 것이 사람이다. 스스로에 대한 관대의 범위는 역량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인품 도덕 감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나오는 근거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넉넉한 것은 어느 정도는 삶에 자존감을 높힐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주제 파악 안되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관대함을 경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소크라테스는 멈추지 않는 자기성찰과 옳고 그름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의로움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거짓은 행하지 않겠다는 용기까지 있어야 진정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법정스님도 책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나는 누구인가’‘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삶의 순간순간 물으면 아름다운 마무리가 이뤄진다라고 말한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않는 중요한 자각이라고 부언한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과 그에 따른 반성이 정도의 삶을 지키기 위한 최선인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남은 시간에 대한 소중함과 그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게 느껴진다. 보다 잘 살겠다는 다짐이다. 작은 변화를 보는 현명함, 즉 견소왈명(見小曰明)의 지혜를 터득해야겠다. 만족할 줄 알고 살면 그 자리가 곧 최상의 안락한 세계라고 법정 스님은 말하지만 올해는 메너리즘을 걷어내고 좀더 좋은 글을 써 보겠다는 깨알같은 욕심으로 첫 칼럼을 연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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