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경

춘천지법 기획·공보판사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재판에 의한 신뢰받는 분쟁 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1심에서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여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론으로 분쟁을 1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쟁을 1회로 해결하면 국민의 법적 권리를 ‘적시’에 보장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소송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분쟁이 1회에 해결되지 못하고,1심을 단지 잠정적인 결론으로만 여겨 이에 대해 상소를 남용한다면 이는 재판을 반복하여 비효율적이고,소송당사자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며,무엇보다 적절한 결론을 적시에 얻지 못하게 된다.

‘지연된 정의(定義)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이러한 위험성을 잘 말해준다.

사법부는 1심에서 집중하여 재판을 진행해서 가급적 1심에서 최종적인 분쟁 해결을 하기 위해 구체적,실천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물적,인적 자원을 1심에 집중하여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즉,지난 2015년 2월 법관경력 15년 이상 부장판사 190여 명이 1심 재판을 맡도록 하여,경륜 있는 판사에게 원숙한 재판을 받고 싶어 하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법관 증원 및 재판부 증설을 통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한 심리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2015년 3월 법조계,학계,시민단체로 구성된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하여 민사소송절차의 제도 개선안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라 할 수 있는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와 건설사건과 같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에서 재판에 도움을 주는 ‘전문심리관 제도’의 도입 추진을 들 수 있다.

소제기 전 증거조사제도는 증거가 개인이 아닌 단체,회사 등에 구조적으로 편재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법원이 소송이 있기 전에 미리 필요한 증거를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춘천지방법원 역시 충실한 1심 재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관내 전체 법관이 참여한 연구회에서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재판업무의 재설계’를 논의하였고,지난 2015년 12월에는 강원지방변호사회와의 간담회를 가지고 1심에서 폭넓은 증거채택과 증거조사 실무운영 방안을 확립하기 위한 논의를 하였다.

흔히 ‘재판은 삼세판’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어렵고 지난한 소송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항소심 사건에서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고 있고,대법원에서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더욱 낮기 때문이다.

또한 형사재판에서의 형량과 관련하여,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 형량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2심은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실제 형사재판에서 1심의 형량은 확립된 양형기준을 기초로 다른 유사사건에서의 형평을 두루 고려하여 정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정 없이 2심에서 1심 형량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재판에 온 국민들은 1심에서 최선을 다해 주장을 하고 증거를 제출하여 최종적인 결론을 받는 것을 목표로 소송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심 강화는 법원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로서 조직·제도·절차의 모든 면에서 1심 강화를 위해 전면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 개선과 함께 절실한 마음으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끝까지 경청함으로써 분쟁을 1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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