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 문학박사

국립춘천박물관은 24일까지 ‘신라의 황금문화’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는 국립경주박물관이 개관 70주년 특별전으로 기획한 것으로 28만 여명이 다녀가 신라 문화의 정교함과 화려함을 만끽했다.

춘천박물관은 이 기획전을 유치해 평소에 우리 지역에서 관람할 수 없었던 신라의 황금문화를 접할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보 제87호 금관총 출토 금관을 비롯해 천마총,황남대총 등에서 출토된 다수의 국보와 보물 20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강원지역에 남아있는 신라문화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도록 영동과 영서지역에서 출토된 신라 유물들을 함께 전시했다. 강원지역은 본래 백제와 고구려의 영향력 아래 있었으나 이후 신라에 편입되면서 신라 문화의 영향이 남아있게 됐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강릉 초당동 출토 금동관이나 동해 추암동에서 출토된 동관 등이다.

신라는 황금의 나라로 ‘일본서기’에도 “눈부신 금은채색이 신라에 많다”라고 기록됐을 정도이다. 1921년에 경주에서 금관이 최초로 발견돼 신라능묘를 발굴하기 시작했으며,1970년대 진행된 천마총과 황남대총의 발굴조사를 통해 신라의 황금문화는 더욱 새롭게 부각됐다. 화려한 신라의 황금 유물들은 ‘한국미술명품전 Masterpieces of Korean art’(1957-1959 미국 8개 도시 순회전시)을 비롯해 ‘황금의 나라 신라 Silla Korea’s golden kingdom’(2013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전시) 등 다수의 전시를 통해 세계인들의 찬탄을 받았다.

그러나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경주의 거대한 능묘들은 대부분 주인공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금관이 출토됐다해 ‘금관총’,천마가 그려진 장니가 발견돼 ‘천마총’,아름다운 방울이 출토돼 ‘금령총’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특히 서봉총은 1926년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발굴했는데 봉황이 달린 금관이 출토돼 관심을 끌었다. 당시 발굴 현장에는 스웨덴의 구스타프 황태자 내외가 방문하고 있었고,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스웨덴의 한자식 표현인 서전국(瑞典國)의 ‘서(瑞)’자와 봉황(鳳凰)의 ‘봉(鳳)’를 조합해 ‘서봉총’이라 했다.

이처럼 신라의 능묘의 경우에는 주인을 알 수 없어 갖가지 이름이 붙여진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신라 금관총을 재 발굴한 결과,금관총의 주인이 이사지왕(尒斯智王)임을 밝혀 줄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금관총 재 발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尒斯智王刀(이사지왕도)’라는 글자가 새겨진 칼집 끝 장식을 새롭게 발굴했기 때문이다. 또 2년 전에는 금관총에서 나온 다른 둥근고리칼(環頭大刀)의 칼집 2점에서 ‘尒 (이)’와 ‘尒斯智王(이사지왕)’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사실을 발견했다. 이로써 1921년 일본에 의해 발굴될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금관총의 주인공에 대해 보다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신라의 황금문화는 예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나,이처럼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어 여전히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물이 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어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쉽게 만날 수 없다.

이미 전시의 가치를 알아본 많은 도민들이 박물관을 찾아 박물관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도에서도 타 지역의 문화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전시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강원지역의 문화 역시 다른 지역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것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밖에도 올해 우리 박물관은 기획전시실 전체를 리노베이션할 것이며,시민갤러리와 공연장,수장고를 갖춘 새로운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위한 초석을 다질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이 강원 문화의 원형을 발굴·계승해 강원도민이 문화를 향유하는 터전을 만드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며,박물관에 강원도민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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