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에서 ‘중용’을 강조하면서 양 극단의 가운데가 중용이 아니고 옳은 것은 옳다 말하고 옳지 않은 것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이성적인 판단과 용기가 중용이라고 말한다. 근데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진실이라 하더라도 아니오를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자신의 아니오가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면 감히 말 못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다수에 의해 아니오가 표현되었다면 이는 문제의 심각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2014년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대표를 성희롱과 막말로 고소했던 사건이 작년 말 반전됐다. 박 전 대표는 무혐의이고 오히려 고소했던 직원과 정명훈 예술감독 부인이 혐의있다고 검찰이 발표했다. 그러자 정 감독은 사의를 표했다. 정 감독의 마지막 공연 날 서울시향 단원 일동은 박 전 대표가 직원들을 인권유린한 것은 맞는 일이고 그로 인하여 서울시향 구성원들은 피해를 받았으니 진실을 왜곡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문을 관객들에게 배포했다. 이 사건의 진위는 조사중이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니오를 말하는 용기에는 박수를 보낸다.

‘위대한 스승님을 쫓아내는 학교에서는 근무할 수 없습니다’ 1898년 동경미술학교 교직원 36명이 사직서를 냈다. 누명 쓴 교장과 사직한 교직원들은 함께 일본미술원을 창립,전시회를 개최해왔는데 작가 다이칸이 제 1회 전시회에 쫓겨난 스승을 ‘굴원’으로 표현한 그림을 출품했다. 굴원은 모함받아 유랑하는 초나라 정치가로 ‘어부사’의 저자이다.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모두 취하였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구나’라는 어부사 싯귀는 모함의 억울함을 절절히 표현한다. 조정육의 ‘옛그림 읽기’에 소개된 글이다.

서울시향이 최근 첫 정기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치뤘다. 정명훈은 없지만 10년 내공과 독한 연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연주회였다고 신문마다 격찬이 쏟아졌다. 다행이다. 동경미술학교의 교직원처럼 선뜻 따라나서지는 못하였지만 오랜세월 함께해 온 수장의 상처받은 퇴진을 음악으로 보은하려고 실력을 모았나보다. 청중들의 박수가 단원들 마음앓이도 치유했기를 바란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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