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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정말 세계적인 것인가?

조해진 2016년 01월 15일 금요일
   
▲ 조해진

가톨릭관동대 교수

얼마 전 일이다. 도내 모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에 대해 특강을 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문화콘텐츠의 특징을 설명하고 얘기하던 중 한 선생님이 질문을 던졌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는데 우린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문화유산이 많은데 왜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이렇다 할 작품이 없는 걸까요? 요즘 대세인 한류가 한국적인 건 아닌 것 같은데…”

이 말을 듣고 눈 앞에 뭔가 번쩍 하는 느낌이 들더니 누군가 내 머리를 툭 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 말이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구나. 이 말은 그 뜻이 아닌데’하는 옅은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하지만 이 명제를 인용하면서 우리는 ‘세계적’이란 말을 비교우위를 뜻하는 말로 잘못 이해했고 잘못 인용해왔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은 널리 확산되지 못했고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괴테가 말한 ‘세계적’이란 말은 특수성과 독창성과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곧 획일성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고 따라서 세계 각국 혹은 각 민족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얘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세계화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글로벌무역경제에 인용되면서 의미가 잘못 사용되기 시작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것’으로 거론되면서 타 문화에 비해 경쟁력 있는 장점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적’이라는 말에 민족주의적 감상까지 더해져 감히 그 누구도 강하게 비판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왠지 그 말이 듣기에 좋았고 그럴듯해 보였고 맘에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오류의 확산은 오히려 글로벌경제를 추구하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특히 문화예술의 창작과 문화콘텐츠의 제작에 관련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생산해왔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내게 질문했듯이 잘 나가는 한류콘텐츠 중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맨 먼저 떠오른 작품은 <대장금>이다. 한복,한옥,한식의 이미지로 가득 찬 이 작품은 누가 뭐래도 한국적이다.

그렇다면 <대장금>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유가 지극히 ‘한국적’인 색채로 가득한 작품이기 때문일까?

과연 한국드라마 중에서 <대장금>만큼 한국적인 작품이 없어서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대장금>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유는 누가 뭐래도 스토리의 보편성에 있다고 분석한다.

시련과 갈등을 무수히 겪은 주인공이 마침내 성공한다는 보편성 가득한 이야기에 세계인들이 공감을 거두었고 그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독특한 의상과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K-pop 한류를 주도하는 아이돌그룹들,수많은 TV드라마와 영화들이 ‘한국적’인 것을 특별히 드러내지 않아도 세계시장에서 환호를 받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바로 보편성이다. 다시 말해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것’이다.

거꾸로 우리가 좋아하는 외국의 문화콘텐츠를 생각해보면 이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틀렸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문화,예술,민족성 등 비교우위를 정할 수 없는 가치체계에 해당하는 말이다. 따라서 이 명제의 적용분야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올핌픽과 관련한 문화행사는 가장 한국적이어야 세계적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성을 목적으로 구매력과 경쟁력을 필요로 하는 개별 문화콘텐츠는 이런 중압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 세계 누구와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보편성이 우선 할 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명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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