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수

환동해학회장 국학박사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한 강릉 출신 교산 허균(1569~1618)은 조선시대 최고의 미식가였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어릴 때부터 맛난 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별식을 맛보고 그 느낌을 기록하여 책을 만들었다. ‘도문대작(屠門大嚼)’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귀양살이할 때 썼다. 고기를 먹고 싶으나 먹을 수가 없으므로 도문(도살장의 문)이나 바라보고 대작(질겅질겅 씹는다)하며 자위한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귀양살이하면서 거친 음식을 먹게 되자 예전에 먹었던 맛난 음식 생각이 간절해졌고,그것이 저술동기가 되었다.

‘도문대작’에 소개된 음식은 허균 자신이 직접 그곳을 찾고 먹어본 것이다. 따라서 간략한 해설이지만 조선시대 지역별 식품의 특징이나 명산지,조리법 등 식품과 음식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내용은 방풍죽(防風粥:강릉)·석이병(石耳餠:개성)·엿·대만두(大饅頭)·두부·다식(茶食)·웅지정과(熊脂正果) 등 병이류(餠餌類) 11종,강릉의 천사배(天賜梨),전주의 승도(僧桃) 등 과실류 28종,곰의 발바닥(熊掌),표범의 태(豹胎),사슴의 혀와 꼬리 등 비주류(飛走類) 6종,붕어·청어·복어·송어·광어·방어·도루묵·홍합·대하 등 해수족(海水族) 46종,무·배추 등 채소류 33종,기타 5종을 나열하고,이들 식품의 특징과 명산지를 밝혔으며,끝으로 서울 음식 28종을 계절과 재료에 따라 분류하였다.‘도문대작’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요리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문대작’에는 삼척의 바다명물로 ‘삼척대게(蟹)’와 ‘올미역(早藿)’이 소개되어 있다. “해(蟹:게)는 삼척에서 나는 것이 크기가 강아지만하여 그 다리가 큰 대나무만 하다. 맛이 달고 포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産 三陟者 大如小狗 其足 如大竹 味甘 脯而食之 亦好)” 조선시대 삼척의 대게는 유명하였고,다리 모양이 대나무 같다는 대게의 명산지가 삼척이었음을 알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이와 함께 삼척지역에서 떼배를 타고 채취하는 올미역(돌미역)도 명품반열에 올랐다. “조곽(早藿: 올미역):삼척에서 정월에 딴 것이 좋다(産 三陟者 正月而生)” 이처럼 조선시대 삼척의 대게와 미역이 유명했기에 당대 최고의 미식가 허균이 특별히 기록했던 것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강원도의 각 시군마다 독특한 먹거리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도문대작’에 소개된 음식을 이 시대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관광음식으로 재창조하는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삼척시의 경우 기줄다리기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삼척대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개발이 요구된다. 게는 삼척말로 ‘기’이므로 게 모양의 줄을 당기는 놀이 ‘게줄다리기’ 또한 ‘기줄다리기’로 불린다. 게는 겨울철에 많이 잡히므로 동계올림픽 기간 중 먹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또한 게는 민속학적으로 액을 막는 상징성을 갖는다. 그래서 예전에는 삼척의 어촌 집집마다 정월이 되면 게 껍질을 문에 걸어 액막이를 했던 것이다. 정초에 액막이와 풍농풍어를 기원하는 줄다리기 민속을 활용한 문화음식으로 식감 좋고 영양가 만점인 ‘삼척대게’의 다양한 먹거리가 기대된다. 미역 또는 정월의 것이 최고라 하지 않았던가. 미역을 소재로 한 독특한 요리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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