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속 엄마 고두심은 암에 걸려 6개월도 안 남았다는 선고를 받는다. 말기암에서 겪게되는 심리가 흔히 ‘부정 분노 타협 죄책감 수용’의 5단계라는데 이 감정들을 고두심은 절제있게 표현한다. 이 참에 감정을 이입시켜본다. 내가 저 엄마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내 손이 아직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 놓아야 하나, 가족에게 나를 어떻게 정리할까’가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다. 주변에 부담을 안주고 싶은 간절함, 죽음에 대한 공포와 참기 어려운 통증 외로움 등도 불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두서없는 마음일 것 만이 짐작되는 전부이다.

그리이스 로마신화 속 근심의 신 쿠라는 흙으로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영혼의 신 제우스에게 그 형상에 생명을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에 제우스가 형상에 영혼을 넣어주자 형상은 사람이 되었다. 세신 즉 흙의 신 호무스는 사람은 흙으로 만들어졌으니 내 것이라 말했고 쿠라는 자신이 형상을 먼저 만들어냈으니 내 것이라 주장했고 제우스는 생명을 넣어 살게 했으니 자기 것이라 우기며 각자 그사람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심판의 신 사튀른은 ‘사람은 누구나 다 죽으니 죽은 후 흙으로 만든 몸은 흙의 신 호무스가 갖고 영혼은 제우스가 갖고 살아있는 동안은 사람을 만들어낸 근심의 신 쿠라가 가지라’고 이 논쟁을 판결했다. 책 ‘소설 속의 철학’에 의하면 하이데커는 이 신화의 교훈을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근심의 존재요 그 길 끝에는 죽음이 있는 비극적 존재’라고 정리한다. 사람처럼 어리석은 존재는 없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매일매일 죽어가는 운명인데 그 운명이 영원히 나만은 비켜갈 것 같다는 착각속에서 살아간다. 죽음준비가 내가 해야할 일로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최근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선택할 수 있는 일명 ‘웰다잉법’이 통과됐다. 건강할 때 내 죽음을 성찰 해 보는 것도 그래서 어디까지만 치료할 것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것의 완결판이라는 생각때문이다. 법정스님도 생과 사는 결코 절연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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