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수탉이 대장 자리를 놓고 싸웠다. 진 수탉은 구석으로 몸을 숨겼고 승리에 의기양양해진 수탉은 지붕 위로 올라가서 있는 목청을 다해 승리의 울부짖음을 했다. 하늘을 날던 독수리가 그 소리를 듣고 지붕위 수탉을 재빨리 채 가버렸다. 결국 구석으로 쫓겨갔던 패배 수탉이 대장이 되었다. 어떤 승리에도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위해 쓰여진 이솝우화이다. 근데 패자가 승자가 되는 이 글의 다른 중요한 멧세지는 ‘대장은 하늘이 내린다 ’일지도 모른다.

출사표를 던진 사람들 모두는 자기가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될 줄 알면서 출마하는 사람은 없을터이니 당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에 관대한 것이 인지상정이라 하더라도 유가에서는 수기(修己)한 사람 만이 치인(治人)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역에서는 자신의 역량과 도덕성에 비해 너무 높은 자리를 꿈꾸거나 너무 큰 일을 도모하면 반드시 큰 화를 입을 것이라 경고하기도 한다.

미국 프로야구선수들의 꿈은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현역으로 10년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하고 투수의 경우 3백승 타자의 경우 3천 안타를 기록해야 입성자격이 생기는데 실력 못지않은 자격은 도덕성 흠결 여부이다. 메이저리그 사상 통산 4256 안타로 역대 1위인 피트로즈는 도박문제로, 역대최다 홈런으로 홈런왕 행크에런의 기록을 깬 배리본즈나 사이영 상을 7차례 받은 투수 로저클레멘스는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아직 입성하지 못했다. 이 세 사람은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보유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명예의 전당을 못 간 사람으로 유명하다. 결국 공인에게 도덕성은 늘 따라다니는, 실력을 능가하는 평가요소인 것이다.

국회의원 문대성씨가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다시 출마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논문표절로 도덕성을 지적 받았던 인물로 기억된다.유명인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잣대가 너무 허술해서인지 세월 지나면 자신의 범죄는 다 잊혀졌겠지하고 스스로를 면죄하는 공인들이 참 흔하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함이 안타깝다. 문대성씨는 나아감과 물러남에 절도가 있어야한다는 진퇴유절(進退有節)의 자세부터 익혀야 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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