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노순

한라대교수

부자가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난이 행복을 얻는데 부유함보다 유리하지도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논리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부자가 되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행복을 느끼는데 필요한 최저의 경제적 여유를 객관적인 수치로 정하기 힘들다. 개인마다 돈 때문에 불행을 느끼는 수준이 같지 않다.

최근 한 언론이 실시한 광역지자체 주민들의 행복도 비교 조사에 따르면,강원도민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고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휴대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되찾을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다. 또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만한 사람들의 수를 평가하는 연대감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쉽게 얘기하면,강원도민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정직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경제적 생활수준 역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서 뒤쳐져 있다. 그럼에도 도내 거주자들은 자신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강원이 행복도가 높은 까닭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 태도에 기인했다고 한다. 객관적인 지표가 나쁘더라도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행복해지는 한 가지 방법임에 분명하다.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의 처지가 처진다고 생각하면 불만이 싹튼다. 상대적 박탈감이다. 강원도민들이 다른 지역이나 주변 사람들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분명한 한 가지는 지리적 환경이 이런 심리적 여유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농촌,어촌,산촌으로 인구밀도가 높지 않다. 혈연이나 지역적 연고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생활터전을 상호 의존하면서 타인을 위압하는 무례를 범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중소 도시에서는 생활의 격차를 보여주거나 과시하는 요소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자연과 공존하며 생계를 일구는 도내 주민들은 이에 순응하고 성실한 노력을 인정하는 생활 태도를 터득한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도내 주민들의 공동체는 허약하다. 사람들의 관계가 그만큼 삭막하고 냉정한 공동체가 되기 쉽다. 타인을 믿지 못하면 개인의 행복도 견고하지 못하다.

자기가 소속된 사회를 신뢰하지 않고 의지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행복을 주변과 나누는 여유가 생겨날까. 행복도에서 강원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준 전북과 비교해서도 의문을 낳는다. 전북은 신뢰도와 유대감도 비교적 높았다. 타인에 대한 믿음과 연대 의식은 행복이 더불어 공유되기 위해 필요하다. 강원도민은 강원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이곳에서의 개인 생활은 만족하는 정도이다.

만약 이런 조사가 정확하다면 강원도는 살기 좋은 지역이 되기 위해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다가서고 있는 한국의 인구 분포를 감안하면,은퇴자들이 살고 싶은 곳을 만들기 위해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어려움을 걱정하는 은퇴자와 고령자들은 멋진 자연을 중요하게 여기겠지만,따뜻하고 정겨운 이웃들이 모여 있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주변에 관심도 없고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이웃만 있다면 제아무리 청정의 자연환경을 자랑할 만하더라도 선뜻 거주하기에 마음이 걸린다. 관광의 메카로 강원 이미지는 확고하다. 이 같은 강원의 자산으로 이제부터는 따뜻한 정이 스며든 강원도의 역량을 길러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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