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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김인배 2016년 02월 12일 금요일
   
▲ 김인배

한국폴리텍Ⅲ대학장

최근 몇 년간 대기업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스펙초월’ 전형이 채용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불필요한 스펙 기재란 삭제나 오디션을 통한 이색채용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구직자의 능력만 보고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시도다. 과열된 스펙경쟁에 소모되는 사회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가 무색하게 구직자의 스펙은 2년 전에 비해 더 상승했다는 설문결과가 있다. 어찌된 이유일까.

첫째,심리적 불안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고(高)스펙이 채용의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구직자들은 스펙에 몰두한다. 스펙이 타인과 자신을 구분짓는 유일한 차별화 방편인 것이다.

서류탈락은 스펙이 부족해서라고 느낀다. 적어도 남들만큼의 스펙은 갖춰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영업직무 구직자가 관련 없는 IFRS(국제회계기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유다. 스펙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둘째,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이다. 일자리간 임금은 크게 2∼3배 가까이 차이난다. 근무시간도 다소 유동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신분에 따른 심리적 간극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일자리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은 조건에서 일하길 원한다. 소위 좋은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모두가 스펙에 목매는 이유다.

스펙 준비로 구직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청년의 사회진출이 늦다보니 결혼과 출산도 자연스레 늦어지게 된다. 사회비용 증가는 또 다른 악순환이다. 한 발 비켜서 보면 취업이 되어도 문제다. 업무와 연관성 부족으로 흥미를 잃기 쉽다. 사전 업무분석의 부재 때문이다. 그간의 노력에 허탈감마저 든다. 직무수행 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취업 후 1∼2년 이내 이직 비율이 63%나 되는 이유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뽑았다. 바로 일학습병행제다. 기업에선 청년구직자를 학습근로자로 채용,최장 4년간 실무와 교육을 통한 전문 인력양성이 주요 골자다. 간단히 말해 일과 배움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교육훈련제도다. 학습의 다음단계가 취업이 아닌,취업 후 학습하는 방식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청년실업률이 낮은 독일과 스위스,호주 등지에는 유사제도가 이미 정착됐다.

몇 주 전 기회가 되어 호주 시드니의 TAFE(주립기술전문대학)를 방문했다. 기업이 개발한 견습 프로그램 연수를 통해 자격을 취득하는 실용성과 취업중심 교육이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무엇보다 취업 후 학습을 위해 교육기관을 찾는 직장인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일학습병행제 확산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일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발간자료에 따르면 일학습병행제 비용편익분석 결과 올해부터 경제적 이득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 봤다. 운영에 따른 사회적 성과도 기대된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업무에 대한 흥미와 관심 증가로 자신감을,기업에서는 학습근로자의 현장적응력과 직무수행능력 향상을,국가차원에서는 구직기간 단축 등이 기대효과로 나타났다.

스펙초월을 넘어 고용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일학습병행제가 국내에 도입된 지 3년차다. 현재 약 5600여개의 기업이 참여 중이다.

2017년까지 1만개 기업참여가 목표다. 일학습병행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할 시기다. 애써 뽑은 칼을 무디게 놔두거나 사용 없이 칼집에 도로 넣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달리는 말에 올라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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