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배

강원한국학연구원

지난해 12월 31일에 도종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이재오 의원이 발의인으로 참여한 ‘문학진흥법’이 통과됨에 따라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략 8500평의 부지에 46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국비로 지원되는 대단위 사업이기에 여러 지자체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규모뿐만 아니라 국립문학관이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유치를 위한 온갖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의 몇몇 구와 인천시 그리고 파주시와 기타 지역 지자체가 지역문화적 특성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돌입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춘천,원주,강릉시가 기존 문화사업을 성과로 내세우며 유치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다. 강릉시는 부지확보를 공포하며 유치를 위해 더욱 힘을 내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경쟁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경기 군포시와 전남 장흥군이 치열하게 유치위원회를 조직하고 건립 부지를 준비하면서 행정적인 절차도 밟고 있었다. 이들 지자체는 각각 경기도와 전라남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문학 자료 확보를 위한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뒤늦게 서울시와 인천시 그리고 고양시가 참여하려는 의사를 보이고 있었다. 진작부터 서울시는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내세워 유치를 추진하고 있고,인천시는 기존의 한국근대문학관과 연계성을 강조하며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었다.

유치에 대해 강원도는 올해 들어 조금씩 언급되다가 김금분 도의원이 강원도가 유치를 위해 애써달라는 촉구를 하고 나서야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지자체별로 유치위원회를 꾸리고 각종 조건을 내세워 유치 홍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유치 준비를 위한 준비 시간이나 전문 인력 그리고 정치인들의 정치력 등을 고려해볼 때,강원도는 기존의 지자체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춘천,원주,강릉의 지자체가 서로 경쟁하고,강원도는 방관하거나 중도적 입장만을 취할 경우 유치가 불가능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데이터(Data)와 정보(Information)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데이터는 말 그대로 각종 자료들을 수합하여 한곳에 모아둔 것을 의미한다. 가공하기 이전의 날 것의 자료를 수집하여 쌓아둔 것에 불과하다. 놀랍게도 강원도에는 데이터와 관련하여 여러 기관이 상주하고 있다. 많은 데이터 관련 기업을 유치한 것으로 뿌듯해 한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가공하여 분류 선택을 거쳐야 한다. 정책의 목적과 결과 산출을 위해 가공한 데이터를 정보라고 한다. 따라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기관이다.

정보라는 측면에서 강원도는 타 지자체에 매우 뒤쳐져 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려는 사업을 미리 간파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전전긍긍 한다. 거기에 지역주의가 발동하면 그나마 얻은 정보도 분할되거나 사장되기 십상이다.

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정보전에서 이미 뒤쳐진 현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다. 시도 지자체의 역량으로 여타 지자체를 개별적으로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강원도내 어느 지역에 유치되어도 좋다. 강원도내에 유치되면 도내 각 문학관련 시설들과 정보들의 연결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라는 거대한 과제가 주어진 김에 도 차원의 역량결집을 시도해야 한다. 정치력을 모으고 행정력과 정보력을 결집하여 강원도에 유치되도록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유치를 위해 결속력을 다졌다는 걸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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