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직업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함을 깨달은 한 정신과 의사는 병원을 폐쇄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기위한 여행을 떠난다. 의사는 세계 각 곳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마다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는지를 기록한다. 예를 들어 ‘행복은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등등..한번은 아프리카에서 강도를 만났는데 강도 일행은 행복 비결을 적은 그의 노트를 빼앗아 읽어보고 그를 놓아준다. 그 쪽지에는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베스트 셀러 ‘꾸베 씨의 행복여행’ 줄거리이다.

맞다. 반드시 죽을 운명인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최대의 행복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언제든 깨질 수 있음을 전제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구태여 의식하지 않는다. 나이불문 죽음은 늘 기피하고 싶은,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보들레르는 시 ‘악의 꽃’에서 ‘숨쉬면 죽음이 신음 소리 내며 보이지 않는 강물 되어 허파 속으로 흘러내린다’고 말한다.사는 일은 매일 죽는 일과 다름없는 일이다.

작가 오츠 슈이치는 호스피스 병동의 많은 죽음을 경험하면서 책 ‘죽을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를 썼다. 스물다섯 후회중 두가지가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이다.죽음도 미리 준비해 놓는다면 존엄한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간호사나 의사 앞에서 마감하지 않을 수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자각시키는 후회이다.

수구초심 (首丘初心)을 떠올려 볼 때 평소 낯익은 공간에서 낯익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는 죽음이 가장 편안한 죽음일 수 있다. 법정스님은 사람마다 고유한 삶의 양식이 있듯이 죽음도 그 사람다운 양식을 택할 수 있도록 주변사람들이 도와야한다고 말한다. 말기 암환자가 3월부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허무하게 황망히 보내는 아쉬움이 조금 덜어질 것 같다.가족이나 의미있는 사람과 함께 일생정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슬품을 줄 일 수 있을 것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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