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미국 휴스톤으로 유학을 가 며칠 안 됐을 때 프리웨이를 달리던 중 타이어가 터졌다. 터진 타이어를 어떻게 해야할지 쩔쩔매는데 한 차가 서며 자초지종을 묻더니 집에 가서 장비를 가져와 교체해줄테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사십도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 설마 그 차가 올까 반신반의했는데 그 차 주인은 연장을 갖고 돌아와 땀을 뻘뻘 흘리며 타이어를 바꿔 껴주었다. 우리가 이 감사를 어떻게 보상해야하냐 물었더니 그는 웃으면서 지저스한테 감사하라면서 떠났다. 그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그 후로 우리 부부에게 미국은 신사의 나라, 어려운 처지의 남을 기꺼이 돕는 나라로 확실히 각인되어 있다.

교황에게까지 ‘바티칸이 IS의 공격을 받아본다면..’등의 안하무인식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미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선두주자로 낙점받아 가고 있다. 품위는 커녕 무식해보이기까지 하는 그가 기독교적 신사의 도를 실천하는 미국인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문가들은 승리 비결을 그의 거칠고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이 바로 사람들의 분노욕구를 대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분노의 아이콘 트럼프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반발을 제대로 표출하면서 국민의 가려운 곳을 가장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후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주요 화두중 하나가 ‘분노’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각자의 이기심과 뭔가 울분의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분노를 해소시킬 통로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만약에라도 리더가 그 분노를 다른 방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분노로 내보이는 분노종결자라면 이는 문제있다. 부정적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기에 리더의 분노는 사회 전체로 매우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 정치체계가 훌륭히 기능을 하려면 술책가도 아니고 선동가도 아닌 지도자, 감정을 부추기지 않고도 지도에 따르도록 하는 명확한 논리적 지적 장점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고 토인비는 말한다. 공자는 ‘ 君君臣臣’ 군자는 군자다워야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는 정명(正名)사상을 주장한다. 정명이란 신분에 맞게 행동하는 품위를 뜻한다.근데 트럼프를 보면 지도자의 자질론은 별 의미없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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