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는 시민권자 임현수 목사(평양 감옥) 구명운동 전개
한국정부는 한국국적 전대근 목사(몬트리올 감옥) 방관적 태도

토론토에 사는 두 한인목사가 감옥에 갇혀 있다. 

임현수 목사(61)는 북한 평양감옥에 1년 이상 구속돼 있고,또 한사람 전대근 목사(47)는 몬트리올 감옥에서 10개월째 구류생활 중 이다. 임 목사는 캐나다 시민권자이고,전 목사는 영주권자로 대한민국 국적이다. 두 목사 모두 토론토에서 생활한 것이 20년이 넘는다. 

지난해 1월 하순과 4월초 갑작스레 터져 나온 두 한인목사 구속사건은 별개 건으로 북한과 캐나다에서 발생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북미,한국을 비롯한 주요 TV에 보도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라 동포사회에도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북한에서 밝힌 임 목사에 대한 종신노역형(무기노동교화 형)은 토론토 동포사회를 진동시켰다. 지금도 임 목사 구명운동 열기가 뜨겁다. 한인동포사회는 물론 캐나다 정부와 연방의회도 임 목사 석방운동에 적극 동참해 서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임 목사는 토론토 최대 한인교회의 유명목사다. 지난 1997년 북한 고위층을 통해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래 110여 차례나 평양과 나선(나진-선봉)지역 등을 다녀왔다. 북한 곳곳에 공장,탁아소 등을 세워 동포애의 선봉에 서서 구호활동을 폈다. 그는 약 20년간 수천만 달러 이상의 물자를 제공하며 주민 구제활동을 벌이다 체포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북한을 드나들면서 해외에서 북한정권을 통렬히 비난했다는 것이다. 임 목사의 북미 기독교 강연이나 외부 인터뷰 시 북한을 부정적으로 비판한 것이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북한은 임 목사 설교 등 인터넷 영상자료를 증거삼아 이를 공개하고,국가전복음모 죄로 심판해 종신노역형을 선고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왜 임 목사가 북한을 숱하게 드나들면서도 기본상식인 ‘북한정부 비난은 절대 삼가’라는 금기사항을 거슬렸는지 아연해 한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안팎으로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또 한사람 몬트리올 감옥의 전대근 목사. 그의 경우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는 임 목사와는 달리 이름 없는 감리교 목사이다. 전 목사는 지난해 봄 국제(아시아) 매춘조직 주범이라는 혐의로 캐나다연방경찰(RCMP)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그를 거물로 취급해선지 토론토에서 몬트리올 감옥까지 차로 대여섯 시간거리 이지만 헬기를 동원해 이송했다. 그러나 국제적 보도로 인해 검거 당시에만 떠들썩 했지,1년 남짓한 사이 이 사건은 동포사회에선 잊혀져 버렸다. 

전 목사가 갑작스레 구속되면서,그가 15년간 순조롭게 운영해 오던 캐나다 정식 인가(고교과정 인정)의 영어사립학교는 문을 닫게 됐다. 연방경찰로부터 학교 컴퓨터와 서류 등 기재를 압수당해 학교 운영이 거의 불가능해진 탓이다. 전 목사는 국제성매매조직체 두목이라는 누명을 쓴 채 지난해 4월초부터 현재까지 구속돼 있다. 지금은 해당 혐의자들 중 유일하게 잡혀있는 신세다. 면회도 4촌 이내 가족외엔 전면금지다. 그는 10개월간의 구류기간 중 단 한번도 재판을 받지 못했으며 그동안 두 번 신청한 보석조차 기각 당했다. 몬트리올은 불어권이라 구치소생활도 언어문제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 

문제는 선진국 캐나다에서 혐의만으로 이렇게 재판 한번 없이 10개월 이상 구류시킬 수 있나 하는 점이다. 전 목사는 처음부터 100% 결백함과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순전히 경찰이 학교의 학생비자 관련 사항을 오해한데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꿈에도 상상 못하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해 정말 날벼락을 맞은 거나 다름없다’고 황당해 한다. 

전 목사의 제임스 도슨 변호사 역시 ‘검찰이 지난10개월간 학교서류 등을 면밀히 조사했으나 나타난 증거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그동안 두 번 담당이 바뀌면서 몬트리올법정에 지속적인 조사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월초까지 연기됐던 재판이 검사,변호사,판사 합의 끝에 다시 오는 5월로 연기됐다. 

전 목사의 경우 일반상식이나 정서적으로 판단할 차원은 아니지만 그와 국제매춘조직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무직자도 아니고 생활이 안정돼 있는 학교 운영자로,현재 성직자인 사람이 성매매와 관련 있다는 혐의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한국으로 연락해 전 목사의 지난 학력 등을 확인해 보니 그는 진주 학창시절 성적이 뛰어난 학생으로 연세대 졸업 후 감리교 신학대학원을 나와 목사가 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임현수와 전대근,이 두 목사사건은 캐나다와 한국 두 나라 자국민의 관심과 보호의식 등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 정부와 연방의회는 임 목사의 북한정부 비판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구출 가망성이 없는 자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한국정부는 범죄 연루 혐의만으로 단 한번의 재판도 없이 10개월 이상 구류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자국민(전대근 목사)에 대해 거의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 목사 사건에 대해 한국공관(토론토 및 몬트리올 총영사관)은 사태추이와 동향에만 관심을 가질 뿐,캐나다 정부에 한번의 항의도 없이 침묵하고 있다. 전 목사를 외국에서 흔히 보는 성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한들 캐나다 당국에 형사소송 불구속수사 원칙을 촉구하는 노력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토론토 총영사관의 교민영사는 전 목사 건을 경찰영사 소관이라 하고,경찰영사는 몬트리올 교민영사와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몬트리올 교민담당영사는 ‘전 목사가 구치소에서 편히 지낸다’는 식의 불성실한 정보를 토론토의 한 교포신문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토론토/송광호 특파원

*필자소개
-강원도민일보 북미특파원, 재외동포언론인협회 고문
-대한민국 인권상,관훈클럽 국제보도상,한국신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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