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은 복면으로 자신을 위장한 채로 노래하면서 상대와 대결을 벌이는 음악방송이다. 가수의 경우 외모와 경력 등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숨기면 사람들은 결국 노래에만 집중해 노래의 진정한 고수를 가려낼 수 있다는 논리로 생겨났다. 사실 방송취지에 맞게 ‘저 사람이 저렇게 노래를 잘 했어?’ 하는 새로운 발견도 심심찮게 생겨난다. 나온 출현자들은 ‘자기에 붙은 다양한 수식들을 떼어놓고 오롯이 노래로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출현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가수조차 노래실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노래 외적인 요소들을 포함해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근데 가릴 것 다 가리면 편견없는 평가가 가능한 것일까? 다소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황이 바뀌면 우리는 여지없이 사람 평가에 그 사람의 배경 및 낙인을 사용한다. 사람들이 ‘완장’에 매몰되어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일례로 복면가왕에 한번 오른 사람은 한번에 그치는 경우보다 여러번 우승하는 경우가 더 많다. 김연우와 거미는 네 번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다섯 번 우승했다. 이들이 여러번 가왕을 한 이유는 물론 노래를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가왕이 되었다는 사실이 노래를 잘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사람들에게 입력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듣는 귀의 출발 선이 영부터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확한 판단을 방해하는 편견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여야 모두가 후보자 심사에 나섰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만 하면 프리미엄이 있을 것이라는 보편적 생각 때문에서인지 컷 오프를 유난히 억울해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이름이 익숙하기만 하면 무조건 신뢰를 보내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 국회의원이라는 기득권에 복면을 씌우고 보는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 일 잘할 사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에 따른 갈등이 모두 참 일꾼을 변별하기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참고로 공자는 군자삼변(君子 三變), 외면의 엄숙함과 내면의 따뜻함 그리고 논리적인 사람을 최상의 일꾼이라고 말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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