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우

상지대 입학홍보처장

요즘 청년들은 ‘아프니까 청춘’ 이라지만, 중년층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 모 사회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중년층을 위로하며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년층은 부모와 자식을 모두 부양해야 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노후 준비는 소홀한 상태에서 은퇴시기를 맞게 된다. 그리하여 이들을 버팀목 세대라고도 한다.

인구 고령화 및 생산력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지만 평균수명이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60세도 결코 충분하진 않다. 늘어난 평균수명이 마냥 달갑지만 않은 것은, 버팀목 세대는 그만큼 버텨야 할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30년을 벌어서 60년을 먹고 살아야 한다.

중년층은 퇴직과 함께 가장 먼저 ‘노후 준비 자금’을 걱정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예기치 않은 사고나 자녀의 결혼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거나, 부동산 침체나 주식 하락 등으로 자산의 가치가 대폭 하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흔히들 퇴직 후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창업’을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 준비의 기준을 돈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누구도 은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돈의 중요성은 인지하되 은퇴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는 중년층을 대체할 새로운 단어로 ‘서드 에이지(Third Age)’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가치 또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생애주기를 4단계로 나누는데, 퍼스트 에이지(First Age)는 배움의 단계,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는 사회적 정착, 서드 에이지(Third Age)는 40세 이후 30년 동안 인생의 2차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단계를 말한다. 그리고 노후의 시기로 성공적인 삶을 이룩하다 삶을 마감하는 단계를 포스 에이지(Fourth Age)라 한다.

이를 통해 보면 사람은 일생에 두 번의 성장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20대 초반까지는 학습을 통해 경험하는 1차 성장, 그리고 자기실현을 통해 경험하는 40세부터 70세까지의 2차 성장이다. 1차 성장이 누구나 겪는 것이라면, 2차 성장은 준비된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의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중년은 쇠퇴가 아닌 쇄신의 시기이고, 우리 인생의 절정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드 에이지는 은퇴가 아니라 2차 성장을 하는 시기인 것이다. 서드 에이지, 즉 중년층은 지금껏 하던 일에서 퇴직할지는 몰라도 일 자체에서 은퇴해서는 안 된다. 재취업을 통해 평생 현역으로 남아야 한다. 은퇴를 앞두고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연금처럼 꾸준한 수입을 보장하는 재취업이며, 2차 성장을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적극적인 활동 역시 재취업이다.

평생 일하고 싶다면 일에 대한 생각과 눈높이부터 바꿔야 한다.

첫째, 체면을 버려라. 재취업의 벽을 쉽게 넘지 못하는 첫 번째 원인은 체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그럴듯한 직장이나 직함을 고집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정년 전후의 외부인에게 선뜻 자리를 내주긴 쉽지 않다. 체면을 버릴수록 재취업의 기회는 높아질 것이다.

둘째, 지금 당장 시작하라. 늘 퇴직 후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퇴직과 동시에 재취업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는 더 먹고, 경쟁자는 더 많아지고, 업무 감각은 더 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셋째, 배워라. 가장 좋은 재취업은 기존의 커리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필요에 따라 자격증을 따고, 재교육을 받고,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한다.

현재 고령사회고용진흥원,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견인력 재취업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통해 재취업 교육과 일자리 구인구직 정보 연계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 퇴직 후 재취업은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브릿지 잡(bridge job)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돈도 벌고 삶의 질과 만족도도 높이는 앙코르 커리어(Encore Career)로 바뀌고 있다.

인생은 길고, 퇴직 후 인생도 길다. ‘서드 에이지’인 당신, 그리고 곧 ‘서드 에이지’가 될 당신은 ‘2차 성장’을 통해 ‘앙코르’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약력= △상지대 교수 △중앙대 경영학 박사(재무학) △국내 주식형펀드의 특성과 성과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