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얻고 나면 초심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아부의 손길이 사방에서 펼쳐지니 여간 단단한 마음 아니고는 그 권력이 영원한 듯한 착각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권력을 잘못 쓰면 자신이 크게 다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하는데 그 계산까지는 어려운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말이다. 눈 앞의 많은 추종자들을 보면서 자신의 권력은 크고 강한 것이라는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어왔기에 감히 누구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판이다.

새누리당 윤상현의원이 김무성대표를 향해 거침없는 막말을 했다. 술 김에 한 말이라고 변명을 했지만 진정한 반성이 보이지는 않는다. 윤 의원은 자타공인 친박계 대표인물이다. 대통령을 불러세워 ‘저 여기 있습니다’할 정도로 권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을 터이다. 이런 와중에 비박을 치겠다는 돌격대장격 자신의 행동을 자신만이 책임지고 토사구팽 당해야한다는 생각이 억울하다는 마음을 갖게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 데니얼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타인의 잘못을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도 믿기 어려울 만큼 존엄을 상실해 버렸다는 철학자 니체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치인에게 큰 기대는 없다. 정치지도자가 인격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우수한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도덕적 책임감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이클 샌던은 ‘왜 도덕인가’에서 윤리적 기반을 잃은 정치야말로 국가와 국민에 가장 해악을 끼치는 무서운 적이라고 그래서 정치인의 도덕성은 높아야한다고 말한다. 윤 의원의 막말이 가볍지 않은 이유이다.

윤상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동반 아웃시킬 것이라는 뉴스로 뒤숭숭하다. 유승민 의원의 죄명은 당의 정체성을 흔든 것이다. 끼어팔기도 아니고 죄명이 완전 다른 일을 슬그머니 하나로 묶어 해결하려는 얄팍한 속내가 뻔해 보인다. 과한 핍박을 국민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 떠오른다. 대구시민의 정서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닌지.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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