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선

전 석사초 교장

사람들 속에 묻혀살아 왔으면서 사람이 그리워지는것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까? 오늘도 누구하나 나에게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 없었으니 짜증나고 무력감을 느끼는나에게 이 암울한 마음을 달래줄 사람이 그렇게도 없다는것인가?

오늘은 나와 같은 사람을 찾아 나라도 전화를 걸어 ‘아프다면서 조금은 나아졌느냐’고 물어봐 주어야겠다.

질병절벽(70대 나이)을 넘어선 나는 손은 떨리고, 눈 앞에는 뿌연 기류가 맴돌고, 귀까지 어두워졌는지 누가 무슨말을 해도 윙윙소리만 들리고, 나도 모르게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와 상대를 놀라게하는 재주까지 생겼으니 요즘 말하는 호스피스 병실로 가야하지 않겠나 싶어 서글픔이 앞선다.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 생각에서 말이 나오며, 말에서 습관이 생기고, 습관에서 성격이 만들어 진다고 했는데 마음이 온통 아픈것만 생각이 드니 누었다 일어날 때도, 앉았다 일어설 때도 ‘아이구’ ‘어이구’를 입에 달고 사는 버릇이 생겼으니 성격인들 오죽하겠는가.

자식들이라도 안부를 물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줄 줄 알았었는데 모두가 내맘같지 않으니 내가 잘 못 살아온 탓이려니 할 수 밖에….

몇일 전 신문에 10년 째 요양병원에 입원중이신 신 모할머니(89세)의 하루는 TV연속극 보는일, 성경책 읽는 일, 밥 3끼 타먹는 일이 전부라고 하시면서 그 흔한 핸드폰도 있는데 진동도, 소리도 안나니 무용지물이라고 하시면서 그래도 매주 목요일에는 요구르트 배달 아줌마랑 몇 마디 말을 할수 있는게 희망이고 즐거움이라고 했다. 가족들의 방문은 매년 명절날, 어버이날, 그리고 생일날이 고작이라 하시면서 고개를 돌리시더니 한숨과 함께 올해 명절에는 긴 연휴가 생겨 애들데리고 해외 여행을 한다고 설날도 못 온다고 하더란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보급율이 세계 4위로 국민 83%가 전화기를 갖고다니며 40대는 하루 118분, 50대는 88분을 통화하고, 전체 평균 사용시간이 140분이나 된다고 한다. 2014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사시간과 간식 시간을 합한 시간이 하루 118분이라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삼시세끼 먹는 식사시간과 차마시는 시간을 합친것보다 더 많다면서도 젊은 직장인들은 한달에 부모님께 안부 전화하는 횟수가 3회 정도라고한다.

손자 손녀들이 갖고있는 전화기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전화 단축번호까지 만들어 주었다고 했는데 어찌 달이 바뀌어도 벨이 울리지 않는 것일까?

명절날 세배를 받으며 전화 자주하는 사람에겐 용돈도 더많이 주겠다고도 했는데.

요즘 신바람난 가수 이애란의 100세 인생에서 70세에 데리러 오면 할 일이 남아서 못가고, 80살에 데리러오면 아직 쓸만해서 못가겠고, 90세에 데리러오거든 알아서 갈텐데 웬 독촉이냐고 몰아붙이는 노랫말을 나보고 받으라면 70대인 나는 할 일이 없어 심심해 죽겠고, 80대가 된다면 용도폐기한지 오래되었으니 빨리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전해라’고 해야할것 같다.

그래도 어쩌다 ‘할아버지!’하는 손녀딸 목소리를 들으면 ‘그래! 너구나’ 하면서 언제 내가 외롭다고 했느냐는 식으로 희망의 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너는 홀수 날, 그리고 너는 짝수 날 전화하라고 했건만 홀수 짝수가 없어졌는지, 전화기가 고장인지 진동도, 소리도 기척이 없어 오늘도 애꿎은 핸드폰만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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