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

문학박사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서 이루어 놓은 비옥한 충적지대로 말미암아 10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으며,그들의 삶의 흔적을 담고 있는 수많은 선사고대유물이 우리 곁에 남아있다. 당시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쓰던 생활 도구였던 주먹도끼를 비롯하여 찍개, 반달돌칼들이 우리 박물관에 다수 소장되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상설 전시되고 있다.

최근 춘천 중도 유적에 대한 관심이 학계와 지역민들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현재 까지 진행된 발굴 결과만 보더라도 고인돌 130여 기를 포함하여 1400여 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와 철기시대 집터 등이 다수 확인되었고 삼국 시대 이후의 밭이 넓은 범위에 걸쳐 있었다. 중도 유적은 단일 공간에서 생활유적, 생산유적, 사후 묘역까지 집단적으로 발굴되어 대단위 마을 유적이 이곳에 있었음을 알게 한다. 1967년 의암댐 준공으로 섬이 되어버린 중도는 1981~198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의해 이루어진 발굴 이래 영서 지역의 중요한 유적지로 일찍부터 주목받아 왔다. 또한 이곳 삼국시대 무덤에서 6세기 고구려 계통의 금제 굵은고리 귀걸이가 출토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춘천 지역에서 출토된 선사와 고대의 유물들은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유물처럼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문자가 없던 시기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사 자료이다. 선사고대의 유물들은 어느 국립박물관에 가든 빠짐없이 등장하지만,그간 관람객들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어떻게 전시해야 이들 선사고대 유물들이 그 가치에 걸맞게 관람객들의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우리 국립춘천박물관은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일종의 융합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춘천에서 출토된 선사고대 유물과 이를 예술작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임근우 강원대 미술학과 교수의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현재의 시선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징검다리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이 지역에서 태어나 유년기부터 중도 유적,신매리 지석묘 발굴 현장들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영감을 얻어 이를 ‘Cosmos-고고학적 기상도’과 같은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끊임없이 발굴현장을 누벼 인류의 기원과 발전에 주목하였고 자신의 눈으로 과거의 유물을 재해석해낸 탁월한 예술가이다. 그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무거운 주제로 느껴졌던 선사시대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그가 창조해낸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자면,과거의 유물에서 새로이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감동에 젖어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며 작가가 어떤 유물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생각하다보면,시나브로 선사시대 유물을 찬찬히 바라보며 집중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강원도에도 봄기운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강원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 역시 작가의 눈을 통해,새로이 생명을 얻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우리 박물관에서 활짝 피어날 문화유산의 반향과 태고적 신화를 품고 있는 유물의 신비로운 이야기에 한번쯤 귀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 전시가 10만 년의 숨결을 함께 느끼는 공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우리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의 원형을 찾아 선보이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것이다. 올해와 내년에는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을 개편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시설 보완이나 부분적인 전시 기법의 변화 차원이 아닌 재개관 수준이다. 앞으로 변화해 나갈 국립춘천박물관과,변화한 모습으로 다가갈 박물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역사와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때 그 가치는 더욱 소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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