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제 용대리 황태덕장
“겨우내 잘 얼고 녹아 5년새 가장 맛 좋아”
전국 선주문 잇따라

▲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촌덕장에서 31일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맛있게 익은 황태의 출하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인제 용대리 황태마을에 봄이 왔다. 이 마을의 덕장 곳곳에서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겨울을 이겨낸 용대리 햇황태가 ‘봄맛’을 선보이기 위해 새단장이 한창이다.

31일 오후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촌덕장. 용대리 산골에서 익은 황태들이 저온창고로 들어가기 위해 포대에 담기고 있었다.

이 덕장은 용대리 황태영농조합 산하 덕장으로 매년 200만마리의 황태를 생산하는 곳이다.

“황태들이 지난 겨울에 제대로 꽝 얼었다 녹았어요. 그래서 최근 5년 새 가장 맛 좋은 황태가 나왔어요.”

덕장에서 포대 작업을 함께 하던 이강열 영농조합 대표는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까지 용대리 황태 최상의 맛을 선보이게 됐다며 흥분 섞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포대작업을 하던 한 주민도 “최상의 햇황태가 나온다는 입소문을 듣고 벌써부터 전국에서 선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용대리 사람들은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황태를 덕장에 못 걸 수도 있겠다’는 체념 섞인 고민이 깊어졌다.

예년에는 12월 10일 전후로 명태를 덕장에 걸었으나 이번엔 해를 넘기도록 덕장이 비어 있었다.

그러나 연초들어 덕장에 명태가 걸리고 반전드라마가 시작됐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명태의 속까지 제대로 꽝 얼어 버린 것. 그렇게 영하 10도에서 영상 2도의 큰 일교차 덕분에 밤에 얼고 낮에 녹기를 반복하며 살이 노랗게 부풀고 탱탱해졌다.

실제 포대작업 중인 황태를 만져보니 부풀어 탱탱해진 속살의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황태는 3월 중순 시작된 포대작업은 4월 초에 끝나고 저온창고에 들어가 자연숙성을 거친후 5월 초에 첫 출하된다. 햇황태 출하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5월 5∼8일 용대리 황태축제도 연다.

황태영농조합에 따르면 올해 용대리 덕장 21곳 19만8000여㎡에서 황태 3000만 마리가 나온다. 이는 전국 생산량의 70% 비율로 지난해 2700만 마리보다 10% 정도 늘었다. 연매출 600억원에 경제적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조합은 6∼7월 간편하게 데워먹으면 되는 양념황태캔을 출시하는 등 황태 보급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강열 대표는 “겨울 황태작업에 인력 500명 이상이 필요한데 매년 용역과 외국인노동자로 절반 이상을 충당하고 있어 올해는 군청의 협조를 얻어 인제 6개 읍·면의 농한기 주민들에게 일감을 제공하겠다”며 “지역경기에도 봄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제/이동명 sunshin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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