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멋진 카타르시스가 된다. 더불어 민주당 정청래의원의 막말을 일각에서는 싸가지없다고 질타하지만 일각에서는 용기있게 할 말을 했다 식으로 옹호하는 것이 그 경우이다. 수많은 설화의 원흉이었음을 가늠해볼 때 정의원의 공천탈락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보편적일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결사적으로 싸운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자세로 당에 기여를 했는데 이번 탈락은 너무 억울하다고 열성 팬들이 항변한다. 그 항변이 타당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빅데이터로 보니 정의원이 공천 배제된 날 여론 관심이 급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장자의 이론 중에는 무용지유용(無用之有用)이 있다. 큰 나무가 있었는데 가지는 구불구불했고 밑둥은 속이 비워 집짓는 재목이 되지 못했다. 재목이 될 수 없으니 영 쓸모없는 나무인데 그 쓸모없음 때문에 사람들이 베어가지를 않아 큰 나무로 자라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할 수가 있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쓸모있을 수 있다’는 ‘무용지유용’이다. 요즘의 정청래의원을 보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막말 등 격떨어진 그의 평소 언행은 상식적인 판단에서는 정말 가치없다 생각되는데 추종자들은 이런 언행 모두를 당을 위한 지조있는 충성심으로 해석하면서 그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쪽저쪽 옮기며 비례대표만 4번을 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비롯, 당을 갈아타고 출마한 사람, 공천에서 탈락되자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한 후보자등 선거판에는 비도덕이 난무한다. 나름으로는 명분이 있지만 다 신의를 저버린 행위이다. 공자는 세상에 지킬 것이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명(命)이고 하나는 의(義)라고 말한다.

정치적 정체성을 전방위 돌격대장 역할로 삼았던 정청래 의원이 공격적 태도를 전향해 컷오프 된 후보들과 함께 ‘더컸유세단’을 꾸려 총선지원 유세를 하고있다. 유세단 이름에서는 잘렸다의 ‘컷’을 성장한다는 의미의 ‘컸’으로 바꿨다. 나를 버리면 나를 얻는다는 무사성사 (無私成私)가 떠오른다. 명에 대한 깨끗한 승복으로 정의로운 선거문화의 정치 선진화에 기여하겠다는 그의 노력 신선하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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