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콘 대사가 유행이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카피도 있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현석의 ‘일등’이라는 노래 중에는 ‘어차피 이등은 필요없어 일등만이 박수를 받는 세상이지’라는 가사가 나온다. 일 이등의 차이가 하늘땅 만큼 큰 것은 2등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 하다. 심정적으로 동정이 간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할수록 승자 일등만이 주목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는 권력 앞에 떠나는 민심, 뜨는 권력 앞에 모여드는 민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선거날이다. 후보자들 모두, 당선만 되면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으니 당선만 시켜달라는 마음 속 간절함을 수도 없이 염원하고 있는 날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고치겠노라는 자성을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절박함과 겸손함 그리고 초심을 오늘 같이만 의식하면 좋은 정치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로 신분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 심리학자 곽금주는 사람들이 권력을 갖게되면 자기중심적 경향이 강해져 자신을 있게 한 국민의 존재를 잊어버린다고 말한다.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권한을 가진 집단으로, 한 집단은 권한없이 도움을 받는 집단으로 규정해 주었다. 두 집단 모두에게 글자를 써서 이마에 부치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 보게하는 게임을 했다. 권한을 가진 집단은 자기관점에서만 알기 쉽게, 권한이 없는 집단은 타인이 잘 읽을 수 있게 글자의 좌우를 바꿔서 이마에 부쳤다. 권한 내지는 권력을 갖게 되면 타인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자신입장만을 바라보게 된다고 곽금주는 이 실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신영복 교수는 좋은 사람이 되려면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 즉 타인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대하고, 스스로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하라고 말한다. 자리 일등만큼 찰나적인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 일등에 간절했으니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당선자에게는 ‘권력은 비정한 생리를 갖고 있으니 오르는 날부터 내려올 것을 염두해 두라’는 마키아벨리의 말도 건넨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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