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환

강릉 명륜고 교장

1999년 3월 28일. 강릉명륜고 첫번째 산행. 온 산이 겨울 끝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있을 무렵, 교사 3명과 학생 39명은 달력 사진에서나 보아오던 새하얗게 눈 덮인 태백산 주목 옆을 정강이까지 쌓인 눈과 씨름 하면서 다섯 시간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2016년 3월 26일 더 많은 교사와 학생이 똑같은 길을 역시나 가쁜 숨을 쉼 없이 내뱉으며 태백산 중턱의 흙을 아래로 옮겨 왔다. 어느덧 아흔세번째 사제동행을 다녀온 것이다. 기나긴 시간의 산자락을 걸어오면서 이제는 내 머리에도 하얗게 눈이 쌓여 가고 있다.

연 평균 6회, 바쁜 학사 일정을 고려한다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산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기에 이렇게 긴 시간 산행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산행은 어린 학생들에게 힘든 만큼 그것이 가져다주는 열매의 단 맛을 느끼게 해 주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난관을 극복하는 자신감 또한 마음 한 자락에 그 싹을 틔웠을 것으로 본다.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사계절의 흐름을 온 몸으로 느껴가면서 비록 힘은 들지만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우리들을 따뜻하게 반겨주지는 않았다.

2014년 12월 20일 계방산, 겨울의 초입에서 중간으로 넘어가는 이 때, 다소 걱정은 되었으나 일기가 괜찮다는 기상정보만 듣고 감행했던 산행. 70명의 인원은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와 거센 바람에 정상을 바라보기만 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끝내 중도 하산을 선택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산행은 즐거움도 있었지만 어려운 일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체력이 다한 학생을 끝까지 독려하면서 데리고 올라간 산이 있었는가 하면, 게걸음으로 혹은 썰매를 타며 내려와야 했던 산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강릉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언제나 웃음으로 넘쳐났다.

산은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스승이다. 산은 산에 오르는 자를 늘 이끌어 준다. 때로는 동료를, 때로는 제자를, 때로는 친구를…. 또한 산은 끊임없는 교육의 장소로 또 하나의 학교이다. 극기와 인내, 협동과 배려, 사제 및 친구 간의 신뢰 형성과 소통,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 정신 함양과 우리 국토에 대한 이해와 보존, 산불 조심에 대한 경각심 고취, 공동체 의식 함양 및 학교 폭력 예방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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