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

문학박사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인 동계 올림픽에 많은 이들의 기대 섞인 시선이 쏠리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근래에 올림픽은 개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던 이전 올림픽과는 달리, 개최국의 문화 수준과 특성을 홍보하는 장으로서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10 밴쿠버 올림픽 때부터 부각되었는데, 문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밴쿠버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객 증대라는 수확을 얻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역시 경기 면에서도 러시아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러시아 문화와 관광 홍보의 장으로도 올림픽을 적절히 활용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역시 타국의 사례처럼 개최국인 우리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어떻게 문화 올림픽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작년 3월 ‘문화 올림픽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강원도는 작년 1월 ‘문화 올림픽 전담팀’을 설치하여 본격적으로 문화 올림픽 준비에 나섰다. 또한 강원도 내 언론사와 도의회에서도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문화 올림픽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한 시설이 완공되고 있는 지금, 경기 진행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의 국격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추진계획과 실행방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국립춘천박물관과 강원도 내 공립박물관 큐레이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중 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강원도에는 국립 및 공·사립박물관과 미술관, 대학 박물관을 포함하여 100여 개의 문화기관이 있다. 특히 영월군은 박물관 특구로 지정되어 24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영월 국제박물관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영월군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승화시키는 것에는 이러한 문화기관인 박물관과 미술관의 임무가 막중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올림픽 경기가 진행되는 2018년 2월에 강원도 내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이뤄질 전시이다. 이 시기 기획전시는 우리나라, 특히 강원도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어야 함에 틀림없다. 그동안 국립춘천박물관은 지속적으로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기획전시를 개최해 왔다. 강원 문화의 정수인 <관동팔경> 전시를 2012년부터 연차적으로 개최하여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으며, 2014년에 개최된 <초상화로 본 강원의 인물>과 국립민속박물관과 춘천문화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강원별곡> 기획전시는 강원문화의 원형과 정체성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중에 어떤 전시를 개최하여 강원과 우리나라의 독특한 미를 선보일 것인지, 그리고 이를 평창 올림픽이 추구하는 바와 어우러지게 선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 더 많은 고민과 토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강원도 내 국공립박물관 큐레이터들의 토론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강원도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콘텐츠 및 기획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는 외국어 가이드북 제작 등 논의해 나가야할 사항이 산적해 있다. 더불어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예산 지원 및 정책적 배려도 함께 고려되어 강원도 내 모든 문화기관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평창 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빛내는 것은 물론, 올림픽 이후에도 강원도 박물관·미술관이 경쟁력을 가지고 도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관광객을 증가하는 데 더욱 기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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