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주말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가 전작보다 신통치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 김 작가 드라마를 좋아했던 과거에 비해 왠지 선뜻 끌리지 않았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보다. 주인공들이 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것이 과거 드라마 배역이랑 믹스되어 몰입도가 떨어진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자기 주장을 속사포처럼 확신에 차서 말하는 대화 방식도 거부감이 생긴다. 일상적인 대화인데도 교훈적인 말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드라마 속 깍쟁이 같은 그들이 가끔은 편치 않다.

주려는 메시지가 다를뿐 대화방식 등의 기본포맷이 김수현표 인기몰이 형식 그대로인데 왜 인기가 전만 못할까? 그동안 우리의 즐기는 방식과 내용이 많이 달라졌음을 작가는 간과했다. 우리의 감각도 뇌도 정서도 현대적 환경 변화에 익숙해지도록 훈련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책 군주론은 ‘자신의 행동방식을 시대의 흐름에 맞춘 사람은 성공하지만 마찬가지로 행동방식을 시대와 조화롭게 이끌지 못한 사람은 실패한다’고 말한다. 결국 타고난 성향이나 기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벗어날 마음이 없으면 실패는 명약관화한 일인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확신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도, 변화를 꺼리는 아집도 작가 김수현과 박대통령은 비슷하다. 어찌보면 능력이 거기까지여서 변화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두사람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는 독보적인 인물이기에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아집은 성공한 여자들이 갖는 자긍심의 한 표현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러나 이런 아집은 더 큰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어 경계가 필요한 부분이다.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는 등반에 나서기 전 가장 두려운 것이 ‘자신’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터닝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냥 직진하려는 생고집을 부릴지도 몰라 그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일에는 필연적인 교훈이 있다. 이번 선거결과는 대통령에게 자성과 함께 인식변화를 촉구한다. 국민 모두는오은선씨의 말처럼 ‘변화와 용단을 거부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대통령을 희망한다. 드라마는 안보면 그만이지만 대통령은 포기가 어렵기에 가져보는 일말의 희망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