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여고생 “여성 이종격투기 알리는 것이 목표”
형부 권유로 프로 데뷔 1년만에 승리… “이제부터 시작”

 

남성들의 스포츠로만 여겨졌던 종합격투기. 케이지 안에 들어가 상대를 쓰러트려야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가장 치열한 스포츠다. 그런 격투기 무대에 긴 생머리,새 하얀 피부를 지닌 당찬 여고생이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열 여덟 살의 이예지 선수 이야기다.

22일 오전 원주 단구동에 위치한 제이킥MMA에서 이예지 선수를 만났다. 그녀의 첫 이미지는 긴 생머리에 친구들과 수다를 좋아하는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하지만 글러브를 끼고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나선 그녀의 눈빛은 매서웠다.

“아직 배울게 많은 초보 선수입니다. 더 열심히 훈련해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는 지극히 평범한 그녀의 첫 대답에는 이 시대 젊은이가 그리는 당찬 미래가 담겨 있었다. ‘포기를 모르는 열정과 꿈을 향한 집념’이 그것이다.

이예지 선수는 지난 2014년 10월 종합격투기에 첫 발을 내딛었다.

형부이자 현재 제이킥MMA의 관장인 전찬준씨의 권유로 종합격투기를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할 당시에도 프로 선수가 될 줄 몰랐어요.당시 그냥 운동이 좋아 종합격투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할수록 묘한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지난해 7월 로드FC 일본 대회를 통해 종합격투기 프로 선수로 정식 데뷔했다.

이 선수는 “운동이 좋아 어렸을 적부터 육상,유도,에어로빅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해왔고 운동선수를 꿈꿔왔다”며 “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운동이 없었는데 종합격투기를 하는 순간 머릿속에 이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에 대한 부모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종합격투기란 스포츠 자체가 생소하고 부상의 위험성도 다른 스포츠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가 제 첫 경기를 보고 3일 동안 잠을 못 주무실 정도로 종합격투기 프로 선수 전향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주변 지인들의 반대도 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예지의 열정은 어느 누구도 꺾지 못했다.

그녀는 꾸준히 기량을 갈고 닦았고 첫 대회이후 최근까지 2개 대회에 출전,상대선수와 실력을 겨뤘다.

특히 지난 3월 원주에서 열린 로드FC 029에서 시모마키세 나츠키 선수를 암바로 제압하는 등 프로 데뷔 1년여만에 승리를 기록했다.

이예지 선수의 상대전적은 현재 1승 2패. 승보다 패가 많은 상대전적이지만 그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UFC에 진출한 함서희 선수처럼 세계적인 무대에 올라 국내 여성 이종격투기 선수의 명성을 알리는 게 최종 목표라는 이 선수는 “열정을 갖고 꿈을 쫓는다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당찬 목표를 품고 있다. 그녀는 또 “지금은 많은 것이 부족한 이종격투기 선수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해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 이종격투기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찬 10대 종합격투기 선수 이예지. 그녀는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원주/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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