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수

강원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5월은 가정의 달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세계 가정의 날, 21일 부부의 날과 같이 가족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날이 많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대화부재, 자식과의 갈등,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인해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표(외국인등록 포함)에 등재된 강원도 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6만1671명으로 전년대비 5741명(2.2%)이 증가했고, 노인 인구 비율은 16.9%로 나타나 전년(16.6%)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년전인 1995년(7.8%), 10년전인 2005년(12%), 그리고 현재 2015년(16.9%)으로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면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약물 복용이 증가한다. 필자가 전공한 이비인후과로 한정해서 보면 노인에서 두경부 암과 같은 생명과 관련된 질환 이외에도 노인성 난청, 어지러움증, 구강건조증, 인후두역류 질환 등이 증가하며, 이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나쁘게 만든다. 건강과 관련 된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은퇴 및 실직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자녀들과 떨어져 살면서 고립된 생활을 유지하게 돼 건강이 악화되고 이는 다시 노동력을 감소시켜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노인의 삶의 질은 점점 나빠지게 된다.

2013년 유엔인구기금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의 삶의 질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은 전체 조사한 91개국 중 100점 만점 중 39.9점으로 67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소득과 고용에서 90위, 환경은 35위, 교육은 19위였고, 가장 성적이 좋은 항목은 의료지원으로 8위였다. 한국의 우수한 건강보험과 의료인 및 의료 시설이 의료지원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했다고 생각된다.

교통의 발달과 좋은 의료 시설의 증가로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노인들은 스스로 조금 불편한 것은 참고 지내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 안 들리고, 조금 어지러운 것이 나중에 큰 건강 상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지만, 현재 많이 아프지 않으니 일단은 참아보려고 한다. 다행히 자식들이 어디 불편한 것은 없는지 자세히 물어보면 문제점을 인지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노령 연금 등을 강화하고, 다양한 노인 교육 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노인 주변의 가족들, 이웃 사촌들이 어르신들의 불편한 점을 물어봐서 파악하는 것은 그 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무엇보다 꼭 필요하다. 당나라 때의 장수 적인걸은 부모와 멀리 떨어져 근무하고 있을 때 높은 산에 올라 구름 너머 부모님이 계신 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바라보기만 할 뿐 가서 뵙지 못함을 한탄했다. 이에 자식이 먼 타향에서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것을 ‘망운지정(望雲之情)’이라고 한다. 지금도 고향을 떠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식들은 다행히도 통신 기술의 발달로 원하면 언제든지 부모님과 음성 및 영상 통화로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중국 송나라의 대표 유학자인 주자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하기 쉬운 후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열가지를 뽑아 ‘주자십회훈 (朱子十悔訓)’이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그 중 첫번째가 ‘불효부모사후회 (不孝父母死後悔)’로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해도 이미 늦으니,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 강원도의 많은 노인을 부모님으로 둔 자녀들이 이 글을 읽고 부모님들께 ‘어디가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안부 전화 한 통화 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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