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원 송호동 포사격장
“사격훈련 일상화 땐 축산업 종사 불가능”
소음문제 주민 분통
군 “피해 최소화 노력”

▲ 포사격 훈련이 실시된 13일 철원군 갈말읍 상사리 소재 한 축사에서 농업인이 포소리에 놀라 서성이는 소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13일 오전 철원군 갈말읍 상사리 송호동 포사격장에서 예고대로 올 들어 처음으로 포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이날 오전 9시쯤 주민들의 소음 피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회관은 비어 있었다. 농번기를 맞은 주민들은 논이나 밭에서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포격 훈련은 이날 아침 9시부터 약 20여분 동안 모두 15발의 포탄을 계획대로 발사하며 일찌감치 끝났다. 포격에 따른 소음 정도는 문혜리 포사격장에서 발생한 포격 소음을 군청 소재지인 갈말읍 시내에서 듣는 것보다 약간 큰 정도의 소음이었다.

마을 주민에게 “생각보다 포격 소리가 크지 않다”고 말하자 예전보다는 확실히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축들이 느끼는 불안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주민과 함께 상사리 마을회관 인근에 있는 한 축사를 방문했다. 축사에는 6마리 정도의 소가 불안한 듯이 축사 안을 돌아다니다 포격소리가 나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축사의 주인은 지난해 연습사격 때에는 소 한마리가 놀라 축사시설을 들이받아 뿔이 뽑히기도 했다며 상처가 남아있는 소를 가리켰다.

마을 주민 황영한(69)씨는 “포격이 울릴 때마다 가축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 사격 훈련이 일상화된다면 이 마을에서 축산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애초 사격장을 이전할 때 소음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철원군과 군부대가 지금에 와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군부대 관계자는 “포사격에 대한 소음문제는 아직까지 법적인 기준이 없어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부대측은 소음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송호동 포사격장은 철원군이 한탄강종합개발사업을 위해 군부대와 협약을 통해 고석정에서 상사리 현 부지로 옮겼으나 환경소음 기준치(75㏈내 유지)를 지키지 못해 주민과 군부대 간 마찰을 빚고 있다.

철원/안의호 eunso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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