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춘 시집/꽃 속에는 신의 …
'단칸 셋방에서 연탄불 하나로 하루를 보내던 시절의 슬픈 배고픔과 인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배어있다'는 한 문학평론가의 이야기처럼 시인의 시편들은 솔직한 감정과 진솔한 언어로 버무려졌다.
'거대한/괴물이/나를 커다란 먹이로 알고/자꾸 물었다 놓았다 한다//이제 반쯤은 먹히었을 게다//차라리 잘된 것 같다//이 세상에 나와/아무 것도 공양할 게 없는 나에게' 시'인생'은 생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기꺼이 삼키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함축하고 있는가 하면 세월의 덧없는 흐름 앞에서 존재를 짓누르는 허기와 상실감이 표현된 작품도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커다란 상실감을 형상화한 '발이 큰 내 아버지'는 감상적 허무에 젖지 않으면서 울림을 준다.
'책 한 줄 못 읽고 오늘도 날이 저문다/이렇게 사는 것이 삶이라면/그 삶 속에 내 문향 한 조각 그려 넣지 못한 채/죽음의 길로 드는 것도 삶이라 할 수 있을까'(시'섬' 중에서)
'이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우주보다 크게만 보이던/발이 큰 내 아버지/이제 동그마니 아버지의 큰 뼈만 보입니다/큰 뼈 위로 강물이 따라가며 울고 있습니다//보이지 않는 세상 끝/지금쯤 어느 나라에 이르셨는지//아버지 등 뒤로 산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시'발이 큰 내 아버지'중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주전자를 보면서, 라면을 먹으면서, 매일 같이 누르는 핸드폰 캡을 열면서도 시인의 생에 대한 고뇌는 계속된다.
이번 신작시집은 李시인의 아홉번째 개인시집이자 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를 포함하면 열번째 저작으로 '발이 큰 내아버지' '미스타페오' '벌레와 나뭇잎' '우리 모두는 길 위에 있다'등 4부로 나눠 60여편을 싣고 있다.
최동호 시인은 시적 진정성이 주는 아름다움이 시편에 녹아있으며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참으로 맑은 하늘을 보고 생의 광활함을 느끼는 동시에 꽃 속에서 신의 속눈썹을 보는 시인'이라고 표현한다.
이영춘 시인은 봉평 태생으로 경희대 국문과, 같은대학 대학원을 나와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2월 원주여고 교장직을 끝으로 교단생활을 마감한다. 朴美賢